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한국인이 창업했다

지난 1970년 포천지에 의해 500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 가운데, 3분의 1이 15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83년에 사라졌다.

그 만큼 현대 경제가 변화하고 있는 속도가 빠르다는 증거이다. 수 많은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쓰러지고 탄생하는 과정 속에서 지난 수 백년 혹은 천년 이상 동안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16일자)는 기업들이 거센 변화속에서 수백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신뢰, 자부심, 돈을 바탕으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가족들에 의해 계승돼 온 가족 기업이라는 특징도 가진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578년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건축 회사 '콩고 구미'인 것으로 확인됐다.

◈ 레 제노키앙, 장수 기업들의 클럽

창세기에 따르면 카인의 장남이자 므두셀라의 아버지인 에녹은 365세까지 살았으며, 이후 죽음과 동시에 천국으로 올라갔다. 이러한 장수자인 에녹의 이름을 따서 프랑스에 1981년 설립된 클럽인 '레 제노키앙(Les Henokiens)'은 최소한 200년된 기업들의 친목 동호 클럽이다.

이 클럽에 소속된 기업들은 아직도 창립자 가족이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재정적으로도 건전하지만 현대적인 기업 모습도 갖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레 제노키앙에 소속된 7개국 33개 회사들의 대표들은 매년 3일간 모여 회의와 여흥을 즐긴다. 올해 모임의 주최자는 지난 1779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양조회사인 '디타 볼토로 나디니'였다.

또 영국에서 1970년 설립된 '테르 센테네리언 클럽'도 9개 회원을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최소한 설립한지 300년이 지난 기업들이며, 창립자 가족들과 아직까지 연결돼 있고 해마다 점심 모임을 가진다.

◈ 가장 오래된 기업은? 578년 한국인이 창립한 콩고 구미!

현재 레 제노키앙의 가장 오래된 회원은 718년 일본 코마츠에 설립된 여관인 '호시 료칸'이다. 호시 료칸은 창립자의 46대 손인 호시 젠고로가 운영하고 있다. 이 가문의 가훈은 매우 실용적으로 "불을 조심하자. 물에서 배우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자"다.

이 보다 더 오랜 기업도 존재한다. 윌리엄 오하라가 지은 책인 "세기의 성공(Centuries of Success)"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기업은 578년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건축 회사 '콩고 구미'이다.

콩고 구미의 창업자는 578년 쇼토쿠 태자의 초정으로 백제에서 건너온 콩고 시게츠미(한국명 유중광)로, 593년 일본 왕실의 명을 받아 일본 최고 사찰인 오사카의 시텐노우지를 만들었다.

콩고 구미는 과거 불교 사찰, 신사, 성 등을 지었으며, 현재에는 사무실, 아파트, 빌딩, 개인 주택 등 현대식 건물도 건설하고 있다. 두 오래된 일본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가족 경영 기업이란 점이다.

◈ 유럽 최장수 기업은 1000년에 탄생한 샤토 드 굴랭

오하라와 피터 만델이 쓴 '패밀리 비즈니스 매거진'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샤토 드 굴랭(Chateau de Goulaine)'이다. 이 회사는 프랑스 르와르 지방에 위치한 포도주 업체로 지난 1000년에 설립됐으며, 박물관과 나비농장도 갖고 있다.

영국의 가장 오래된 가족 기업은 지난 1541년에 설립된 섬유업체인 존 브룩&손스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최근 제조업을 포기하고 산업으로 분야를 바꿨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기업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 편이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노웰에 위치한 타악기 제조업체인 '질드잔 심벌'은 지난 1623년 창립됐다. 하지만 미국이 아니라 콘스탄티노플에서였으며, 1909년이 되서야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기업들의 창립과정 복잡한 역사 존재

이 기업들이 실제로 이렇게 오래도록 영업을 영위해왔는지 혹은 무역조합, 종교단체, 공동체 등 다른 모양세를 갖추고 있다가 근세에 와서 기업으로 거듭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실제로 샤토 드 굴랭이 진짜로 1000년이 넘은 기업인지 혹은 포도주를 팔고 나비를 전시하는 낡은 성인지 현재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다.

영국 운송업체인 '쇼어 포터스 소사이어티'는 지난 1498년에 설립됐지만, 애버딘 마을의 공동체였으며, 1850년에서야 독립 기업이 됐다. 그렇다면 이 기업의 역사를 500년이 넘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가족 기업이 아닌 거대 복합 기업들의 나이를 산정하기도 쉽지는 않다. 미국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하스코는 기업 역사를 테일러 와튼으로 불리던 1742년으로 잡고 있다. 테일러 와튼은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의 부대를 위해 대포들을 만들던 회사로, 1953년 하스코에 의해 인수됐다.

◈ 현대 대기업은 산업혁명 이후 탄생

최근 대기업들의 역사는 산업혁명 이후 기술 진보를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975년, 제너럴일렉트릭(GE)는 1876년에 탄생했다.

반면 대부분의 오래된 기업들은 전통적인 산업인 농업, 숙박업, 건축업 등의 산업 분야를 갖고 있다. 비교적 오래된 산업 가운데 최근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은행업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래된 은행중 영국의 로이드 TSB은행은 1765년, 씨티그룹은 1812년 설립됐다.

◈ 20세기 대기업 평균 수명 75년

기업들이 오래 살아남는 것은 힘들다. 1970년대 포천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1983년까지 3분의 1의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되거나, 부도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동경대학교의 기업역사학자인 레슬리 한나는 "20세기 대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75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유아기 사망률은 매우 높으며, 첫해가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 가족 기업은 장수의 기본

그렇다면 소수의 오래된 기업들이 살아남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오하라는 운이 중요했지만, 가족 기업이라는 요인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들 가족 기업을 계승할때 철저히 장자계승이라는 원칙을 세워 기업들이 분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에는 대부분의 가족 기업들이 장자에게만 물려주기에는 힘들다.

또 가족의 화합과 신뢰가 중요했다. 오래된 기업들은 여성들이 경영을 맡도록 하는 등 진보적인 측면도 있었으며, 창립자 가족의 자손이 없을 경우 법적인 입양을 통해 기꺼이 가계를 잇게 했다.

◈ 장수 기업의 세가지 요인은 신뢰, 자부심, 자금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존 데이비스는 3대 이상 지속된 가족 기업들에 대한 저서에서 장수 기업의 세가지 요인을 들었다. 각 세대는 말년에 신뢰, 자부심, 돈을 축적해 다음 세대들이 가족의 혼이 깃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업의 계승은 매우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테스트였다. 대부분의 오래된 기업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위치에 머무르기 보다 때에 맞게 변해갔다. 1630년에 설립된 일본 식품회사 기코망은 세계 유수의 간장 업체로, 최근에는 바이오테크에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 데이비스는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대담함도 필요하며 이는 신뢰, 자부심, 돈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원칙 고수와 함께 변화 모색

"통찰력있는 기업들의 성공하는 습관(Built to last-Successful Habits of Visionary Companies"의 공동 저자인 짐 콜린스도 생존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원칙을 고수하는데 매우 익숙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많은 그렇고 그런 기업들이 수 십년간 살아남고 있는 점도 있다며, 단순히 기업이 살아남는 것보다 어떠한 업적을 이루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 김경환 기자 200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