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광개토태왕''…김청기감독 3D애니메이션 제작

고구려가 4∼5세기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광개토태왕’이 극장과 TV용으로 제작된다.

‘대왕’이 아니라 ‘태왕’이란 낯선 칭호가 붙은 이유는 무엇인가. 150억원이 투입될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김청기(63) 감독은 “왕은 중국을 천자국 또는 황제국으로 칭하며 스스로를 낮출 때 사용하는 칭호”라면서 “고구려는 강성한 국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황제국으로 군림했고, 광개토태왕이 ‘영락(永樂)’이란 연호를 사용했던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중국 황제와 구별되는 ‘태왕’이란 칭호가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광개토태왕’ 제작을 위해 결성된 학술·제작 자문위원단의 서길수 교수(서경대)도 “광개토태왕의 재위 당시 공식 명칭은 ‘호태왕’이었고, 고구려 백성도 스스로 천손(天孫)이라 여기며 황제국 백성임을 자부했다”면서 “광개토태왕이 올바른 표기”라고 거들었다.

새 작품이 국내 극장가에 걸릴 시기는 2006년쯤이다. 김 감독은 “중국의 동북공정 정책으로 고구려 역사가 중국 변방 속국의 역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현 시점에서 역사를 바로 알리고 민족 자긍심을 높이자는 국민적 여론 확산에 힘입어, 2년 이내 완성을 목표로 3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85분짜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26회 분량의 TV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런 구상은 최근 고구려 논란과는 무관했다. 김 감독은 “고구려 역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 한참 전인 2000년 6월 ‘광개토태왕’ 제작을 위한 토토엔터테인먼트사를 발족하고 기획에 착수했다”며 “서양의 판타지와는 구분되는 우리만의 색채로, 장엄한 고구려의 역사를 애니메이션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토엔터테인먼트측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선 인지도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TV 시리즈를 내놓는다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극장용은 세계시장을 겨냥해 판타지와 스펙터클을 강조해 제작하고, TV시리즈용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고구려 건국신화로부터 4∼5세기 동북아 패권을 장악한 고구려 중흥기의 정복전쟁, 당시 국제관계 등을 폭넓게 그려낼 방침이다.

28년 전 애니메이션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로보트 태권 V’를 만들었던 김 감독은 3D 애니메이션 기술의 활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예전엔 넘지 못했던 산을 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고, 우리의 비주얼이나 테크닉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며 “피가 끓는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라고 거듭 장담했다.

(세계일보 / 김신성 기자 200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