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국회의원에게 전화하는 중국

한나라당 황우여의원 보좌관에게 지난 9일 전화를 걸어, 무례한 발언을 한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의 행위는 중국의 외교적 오만함이 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이 참사관은 황 의원의 탈북난민 강제송환 저지 국제캠페인 참여에 대해, “국회의원이면 높은 자리인데 이런 행위를 하면 되느냐.” “(탈북자문제에)강하게 나오면 우리는 더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마땅히 중국정부의 사과와 적절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대사관의 무례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천수이볜(陳水扁)타이완총통 취임식 참석 의원들에게 전화로 불참을 종용했고, 8월에는 지안(集安) 고구려유적 답사 의원들에게 비자발급을 제때 해주지 않기도 했다. 대사관의 외교활동이 이런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중국대사관의 행위는 형식상의 무례함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어 심각하다. 지금까지 중국정부가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탈북자들의 경우, 대부분 한국행을 허용해온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탈북자들이 강제북송의 운명에 처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내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본국 입장을 설명했을 뿐이라는 중국대사관의 해명을 그대로 믿고 싶다. 한국어로 말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참사관의 한국어 실력은 뛰어나지만 그래도 외국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대사관도 민감한 사안은 전화보다 직접 의원들을 만나고, 통역을 통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기 바란다. 양국 우호를 위한 중국측의 진지한 노력을 기대한다.

(서울신문 200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