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국경개념 없었던 상고사 동북亞 큰틀서 접근해야"

“민족이나 국경 개념이 지금보다 희박했던 시기인 상고사나 고대사에 접근할 때는 동북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한반도 고대사에 관한 이론적 틀을 마련키 위해 최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내 부설연구기관으로 설치된 ‘동북아고대사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신종원 소장은 14일 이같이 밝히고, 한반도계 신을 모시는 일본 신사에 대한 연구조사와 중국·유럽 등의 동북아 고대사 연구 논문 목록 작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동북아고대사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상고사 및 한·중·일 관계사 연구’를 위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예산 4억원을 배당받았으나 고구려연구재단과의 연구 중복 등의 이유로 난항을 겪어왔다.

신 소장은 “고구려연구재단이 고구려를 중심으로 하는 북방사에 치중한다면 우리는 백제나 신라, 가야 연구를 포함해 중국, 일본과의 관계사를 포함하는 거시적인 동북아사 연구 등 이론적 틀 마련에 주안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최근 고대 한반도와 일본과의 교류 및 관계사 연구를 위해 일본 내 신사 중 한반도계 신 실태조사와 단군 연구 자료수집에 들어갔으며, 다음해 5월에는 ‘동아시아 역사성과 우리 문화 형성’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동북아고대사연구소는 동북아 상·고대사에 현재의 국경, 민족 개념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그동안 강단학계로부터 소외되어 온 재야학계의 주장도 적극 포용할 예정이다.

김창겸 연구실장은 “몽골과 만주, 한반도, 일본의 민족 뿌리가 하나라는 재야학계의 주장은 사실 역사학의 주류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면서 “강단학계와 재야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펼칠 수 있는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5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동북아고대사연구소의 1차 학술대회에는 ‘알타이어권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주제도 포함돼 있다.

신 소장은 “지금까지 한반도 고대사는 근·현대 한국이 구속한 국사라는 좁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짙었다”면서 “동북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한반도 고대사를 조망함으로써 최근의 인접국가의 역사 왜곡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한민족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송민섭 기자 200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