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新羅의 뿌리

오늘날 모든 한국인의 4분의 1은 김(金)씨다. 그러나 이 많은 김씨는 단 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 신라의 김알지(경주 김씨)와 가야의 김수로(김해 김씨).

그럼 두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각각 금궤와 알에서 태어났다. 물론 이는 시조 설화에 늘 나타나는 신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적 실재 인물로 여겨진다. 그런 만큼 신화적 요소를 벗겨낸 진정한 출신 내력을 둘러싸고 여러 가설과 추측이 나왔다.

이중에는 김알지를 백제에 멸망한 마한의 왕자, 김수로를 변한(弁韓) 12국 중 신라에 복속되지 않은 9개국 추장 가운데 한 사람인 아도간의 아들로 보는 등 ‘국내 출신설’도 있으나 두 사람 모두 한무제(漢武帝)의 총애를 받은 흉노의 왕족 김일제의 후손으로 보는 ‘국외설’도 있다. 김일제는 흉노 휴도왕의 태자로서 한나라에 충성을 바쳐 무제로부터 ‘투후’라는 관작(官爵)과 함께 ‘김’이라는 성을 하사받음으로써 ‘세계 최초의 김씨’가 된 인물.

바로 이 김일제의 5대손 성(星)이 성한왕, 곧 김알지이고 김일제의 동생 윤(倫)의 5대손이 김수로라는 설인데 이들은 친척관계인 왕망이 전한을 멸하고 신(新)을 세운 뒤 곧바로 후한에 망하자 한반도로 도피했다고 한다. 실제로 문무왕 김법민의 비문에 씌어있는 신라 김씨 왕가의 계보에는 ‘투후’니 ‘성한왕’이니 하는 중국의 관작이 나타난다. 만일 이 설이 옳다면 지금 김씨는 모두 흉노의 자손인 셈.

이같은 김씨의 내력과 무관하게 중국의 사서는 신라인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경우 진한(辰韓)의 6촌 촌장을 ‘망한 진나라의 유민(秦之亡人)’이라고 했다. 반면 ‘삼국사기’에는 진한 6부가 고조선의 유민들이 세운 마을로 기록돼있다.

그런 신라를 놓고 진(秦)나라 말엽 방사(方士) 한종의 인솔 아래 초(楚)나라 사람들이 세운 나라라는 가설이 중국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중국 사서는 신라의 뿌리가 진나라 유민이라더니 이제는 초나라 사람들이라는 것.

물론 당초 중국의 초 땅에는 한족(漢族)과는 다른 묘족(苗族)이 거주했고 이들은 동이족과 문화적으로 상당히 흡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중국이 ‘동북공정’을 내세워 고구려 역사를 침탈하려 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신라 역사마저’라는 의심을 품게 하기에 족하다.

(국민일보 / 김상온 논설위원 200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