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비상구는 없나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북핵' 해법의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LA발언을 시작으로 미국과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그만큼 현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증거로 보는 측면이 많다.

지난달 28일부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영국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핵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부시 미대통령의 2기 강경파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대북공격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내의 체제 변화를 `연착륙'시켜 한반도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포석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노 대통령의 대미-대북 발언은 결국 북한의 `불장난'을 막고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통일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대통령은 지난 4일 폴란드 동포간담회에서 “한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전제로 해야지 한반도야 깨지든 말든 핵무기만 해결하면 된다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 이를 입증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북한 문제를 `연착륙'시켜 나간다는 정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응을 얻고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첫째, 6자회담 이후에 제기되는 문제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의 변덕과 뒤이어 있을 북핵 사찰 및 검증 문제는 또다른 시한폭탄이다.

1993-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도 대북 핵사찰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6자회담은 그야말로 `예비게임'인 것이다. 핵사찰 등 `본 게임'을 어떻게 치뤄 위기를 돌파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 문제가 안 풀릴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미·북이 상대방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면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

또한 비록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선(先)핵포기를 선언할지라도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북한인권, 탈북자문제 등을 내세워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5일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모든 사항을 고려한 발언이기를 기대해 본다.

둘째, 미·중의 치열한 외교전 문제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일 폴란드동포 간담회에서 “중국이 북이 붕괴되지 않도록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북에서 무슨 문제가 일어나 수백만이 압록강을 넘어오는 사태가 나면 중국은 거의 관리 불가능할 만큼 골치아픈 문제가 된다”며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듯이 중국은 북한문제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셈이다.

핵문제 해결 이후 포스트 북한체제에 대한 미·중의 입장차이는 클 것이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에반해 중국은 핵문제 해결이후 자신에게 위협이되거나 이익의 침해를 받을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익의 충돌이 예상된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도 결국은 북한을 `선점'하려는 책략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체제에 변화가 생겨 중국으로 대규모 탈북자가 발생할 경우 중국은 국경지대나 북한내에 `탈북자수용소' 설치를 근거로 자연스럽게 북한 체제변화에 간섭을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미간의 신뢰와 공조체제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한반도 정책에 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외교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노력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 대통령의 잇단 대미-대북 발언은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연착륙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핵문제의 비상구는 없지 않고 있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 내고 북한의 생활수준을 높여 국제사회로부터의 정치적 문화적 충격을 줄여나가는 `연착륙' 정책은 가장 좋은 대안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최병수 / 서울지사 사무국장>

(강원일보 2004-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