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 역사왜곡 도가 지나치다

6.25 한국전쟁은 남한이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을 침공한 것이다? 한국전쟁이 북한의 대남 침략으로 촉발됐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전의 관련국중 하나인 중국이 남한의 대북 침공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중국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이같은 내용이 버젓이 기술돼 있어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 참전했기에 북한측 주장에 동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이미 검증이 끝난 한국전의 전말을 이렇듯 뒤집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치졸한 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상하이 발 뉴욕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중국학생들은 역사시간에 이같은 사실과 함께 "중국은 단 한번도 침략적 전쟁을 일으켜 본 적이 없으며, 오직 자기방어를 위한 전쟁을 해왔다"고 배우고 있다고 하니 중국의 역사왜곡이 끝을 모를 지경이다. 그렇다면 수나라와 당나라의 고구려 침공은 물론, 1950년 중국인민해방군의 티베트 침공이나 1979년 중국-베트남전 등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허구란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최근들어 '동북공정'이란 이름 아래 우리의 소중한 발해사 유적까지 자의적으로 중국 색채로 덧칠하는 등 역사 왜곡을 가속화하고 있어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엊그제는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문화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고구려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다. 더욱이 최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력히 비난했다. 과거사와 관련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이 자국의 역사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왜곡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우리가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이렇듯 여러차례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역사교육이 국가의 정통성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얽히고 설킬 수 밖에 없는 주변국들과의 역사에서 진실을 배우지 못한다면 상대국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관심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호도된 역사는 결국 관련국들간의 갈등과 불신만을 잉태할 뿐이란 사실을 중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화민족주의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줄여 나감으로써 명실상부한 대국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

(연합뉴스 2004-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