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역사의식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인해 한때 우리를 분노케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유행이었나? 지금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매일 그러한 문제에 모든 사람들이 매달려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농공학을 공부하던 사람으로서 역사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한 적이 있다.

심지어 그들은 밥을 축내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었던가? 하지만 신학을 공부하면서 기독교의 성경은 바로 역사 자체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려는 것이 바로 신앙이었다.

역사는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유대인들이 기원후 135년경 팔레스타인에서 로마에 의해 쫓겨난 후 1940년대 후반 이스라엘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던가? 약 1850년 동안 나라없이 유랑하는 민족이 다시 나라를 회복할 수 있었던 예가 있던가?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그들의 경전인 구약성경 창세기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 땅을 그들의 신 여호와가 자기들에게 주었다는 선언 때문이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땅은 그들이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신이 준 땅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차지하게 되어 오늘까지 오게 되었다.

물론 이스라엘의 역사를 모두 본받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앙적인 역사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를 드러내기 위해 인용해 보았을 뿐이다.

우리의 역사의식을 볼 때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헌법 서문을 보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를 3·1 독립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부를 세운 것으로 되어있다.

유구한 역사의 시작은 어디인가? 여기에 고구려도 들어가는가? 고조선을 우리의 역사로 보는가? 헌법의 서문도 이러하니 우리나라의 역사의식 수준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거울이요 이정표이기에 다시 한 번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나요섭 대구제일교회 목사 나요섭 목사>

(매일신문 2004-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