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0%, 위기감 넘어선 절망 단계 돌입"

MBC 여론조사 결과, 다수 국민이 경제 위기감을 느끼는 단계를 넘어서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으며 그에 비례해 현 집권층 및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MBC가 2일 창사 기념일을 맞아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정치, 외교 분야 1천명,경제사회분야 1천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과 30일 전화조사해 발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경제위기-비관론 급속 확산
  
우선 최근의 살림살이와 관련, 응답자의 37.3%가 '대체로 어렵다', 24.7%가 '매우 어렵다'고 답해 전체의 62%가 어렵다고 답했다. '보통'은 33%였고, '대체로 좋다'는 3.4%, '매우 좋다'는 0.5%에 불과했다. 열에 여섯 이상이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얘기다.
  
이같은 고통은 단순히 심리적인 게 아니라 실제로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55.4%에 달하고 '1년 전에 비해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도 55.7%로 나타나, 작금의 심각한 내수불황이 실질소득 감소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지금 경제가 위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IMF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대답이 64%에 달한 반면, '어렵기는 하지만 위기는 아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해 다수 국민이 현상황을 IMF사태때보다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회복이 언제쯤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년 상반기' 3.2%, '내년 하반기' 10.6% 등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1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년중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주장에 대한 국민불신이 극심함을 보여주는 한 증거로 해석된다.
  
반면에 '1~2년후'는 16.3%였고,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6%가 '3년이상'이라고 답해, 과반수이상 국민이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장기불황'을 전망하는 응답자 숫자는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살림살이가 힘들어졌다고 답한 응답자 숫자와 비슷해, 다수 국민이 위기감을 넘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면서 절망단계에 빠져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가능케 하고 있다.
  
'갈팡질팡' 정부에 대한 불신 심화
  
이같은 절망감은 정부에 대해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예로 정부여당이 기득권층의 반발 및 경기침체 심화 우려로 당초 원안보다 크게 후퇴시킨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관련, 응답자의 58.4%가 반드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부의 양극화'의 주범인 집값에 대해서는 "지금도 높기 때문에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다수 국민은 이와 함께 정부여당이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중인 연기금 투자 확대 움직임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선 '노후 연금수령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보장한 금액 전부를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5.5%에 불과했고, '보장금액보다 적을 것' 47.4%, '매우 적을 것'이 28.7%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76.1%가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불안감의 결과 "기금 투자는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따라서 연기금 투자 확대시 투자 결정을 정부에게 맡겨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연기금 투자주체가 누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재경부 11%, 보건복지부는 12.7%에 불과한 반면, 학계- 노동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객관적인 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55%를 넘었다.
  
한마디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17대 국회, '사상최악'이라던 16대보다도 못하다
  
국민의 불신은 정부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17대 국회의 활동을 16대 국회와 비교할 때 어떻냐'는 질문에 대해 '비슷하다'는 응답이 55.1%, '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4.6%로 나타나, 무려 전체 국민의 89.7%가 17대 국회를 '사상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은 16대 국회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개악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노무현대통령 지지율도 지난 7월 제2기 내각 출범직후 잠시 30% 수준을 회복했다가, 지난 10월23일 코리아리서치 조사결과 30.4%로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28.8%로 추가하락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 31.3%, 열린우리당 22.1%, 민주노동당 18.6% 순으로 지난 7월 조사이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지난 10월23일 조사때의 27.1%보다 5%포인트나 급락하며, 민주노동당과 2, 3위를 다퉈야 하는 급락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무응답이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은 지난번 조사때의 18.4%에서 23.1%로 4.7%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밖에 현재 여야간 최대쟁점인 국가보안법 처리문제와 관련해선, 열린우리당의 '폐지후 보완'(35.2%)와 한나라당의 '존속후 개정'(35.3%)가 팽팽히 맞섰고, 극우진영의 '그대로 존속'(13%)과 민주노동당의 '완전폐지'(7.5%) 주장도 대립양상을 보였다.
  
'국가보안법 등 4대법안 처리는 반드시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75.1%로 '여당 단독 처리' 의견 13.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프레시안 / 박태견,김경락기자 200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