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中, 이번엔 고구려 기념우표까지 발행

한국과 중국간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마찰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중국이 고구려 문화유적 기념우표를 발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발행 대상은 지안(集安)현 고구려 왕성 왕릉과 귀족묘로, 중국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6월 쑤저우(蘇州)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 양측의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 고구려 우표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측의 이같은 주장이 고구려사를 왜곡하기 위한 또다른 시도라고 판단,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기념우표란 통상 자국의 주요 행사를 국내외에 알리거나 문화재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차원에서 발행한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중국의 우편 발행은 고구려사 자국 편입 의도의 '동북공정'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정부도 고구려사가 엄연히 한민족의 역사인 만큼 지안현 고구려 유적 등이 포함된 세계문화유산 등재기념 고구려 우표를 내년 7월에 발행할 예정이어서 양국간 우표전쟁이 일어나게 생겼다.

당초 한중간 고구려사 마찰은 한민족사로서의 고구려사의 정체성을 중국정부가 중국의 변방역사로 왜곡하면서 비롯됐다. 그 배경에는 한반도 통일후 한중 국경선 문제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패권주의적 의도가 깔려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최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력히 비판한 와중에 이번 고구려 우표가 발행됐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역사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국제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과거사에 대해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왜곡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한중 두나라간 갈등으로 치닫자 우다웨이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을 한국에 보내 중앙.지방정부를 불문하고 정부차원에서 왜곡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불과 서너달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동북공정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는 동안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 왜곡 작업과 선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국내 고구려사 전문가들의 말을 우리 국민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고구려사를 둘러싼 양국간 마찰이 단순한 외교문제를 넘어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사안임을 인식하고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대책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 200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