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발해史 왜곡 노골화

본지, 제2·3궁터에 唐양식 기단축조 확인
중국사 편입후 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려

중국이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옛 발해(渤海) 왕궁을 중국식으로 복원하고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등 발해를 중국사에 편입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8~10세기 발해의 수도 상경(上京) 용천부(龍泉府)가 있던 헤이룽장성 닝안시(寧安市) 발해진(渤海鎭)의 다섯 개 궁전 유적 중 이미 제2, 제3 궁전 두 곳의 기단(基壇·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단)을 복원하는 등 발해 유적의 중국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최근 확인됐다.

중국은 이 지역 곳곳에 ‘당대(唐代·당나라) 발해 유지(遺址)’라는 안내판을 붙여놓아 발해를 자국사로 여기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달 상경성 내성 출입금지 지역의 철조망을 넘고 잠입 취재한 결과, 제1, 제2 궁전터 주변에서 40여곳의 옛 건물터를 발굴한 것이 확인됐고, 발굴과 별도로 제2 궁전과 제3 궁전에는 화강암으로 높이 2m의 거대한 기단부를 당나라 식으로 축조한 것도 드러났다. 각 기단부 앞에는 중국 양식으로 그려진 복원도 입간판을 세워놓아 건물 복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올 초부터 발해 유적을 발굴, 2007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계획을 수차례 밝혀 왔다. 상당 부분 고구려 건축 양식과 문화를 계승한 발해 유적을 중국 양식으로 복원하고 이를 자국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고구려사에 이은 ‘발해사 왜곡’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장 사진을 본 윤재운(尹載云) 고구려연구재단 발해사팀 연구위원은 “당나라 수도인 장안성(長安城)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해 궁성을 복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며 “고구려보다 훨씬 취약한 부분인 발해사를 공략, 동북공정의 굳히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200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