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민속기행] 상달의 세시풍속

시제·안택제 등 지내며 집안의 평안·번영 빌어

지금 산간의 묘소나 제각(祭閣)에서는 후손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시제(時祭)를 지내고 있다. 시제는 시향(時享) 또는 전사(奠祀)라고도 하는데, 상달에 묘소에 모여 5대 이상의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를 이른다. 일반적으로 4대 이하는 가정에서 기제사(忌祭祀)로 지낸다. 시제가 끝나면 후손들은 문중회의를 개최하는데, 이 회의에서는 모든 문중사(門中事)와 위토답(位土畓)의 수입 및 지출을 결산한다.

그리고 농촌의 가정에서는 성주신이나 조왕신 등 가신(家神)에게 집안의 평안과 번영을 비는 안택제 및 고사를 지낸다. 제삿날은 시월의 첫째번 말날(午日)을 택하며, 그것도 병(病)과 소리가 같은 병오일(丙午日)은 피하고 무오일(戊午日)을 택하여 행한다. 이와 같이 시제와 안택제는 주로 10월(음력)에 지낸다.

우리의 세시월력에서는 시월을 상달(上月)이라고 해서 으뜸달로 친다. 왜 12달 가운데서도 시월을 상달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앞에서 보았듯이 시제와 안택제를 지내는 외에도 하느님께 제천의례(祭天儀禮)를 행하고 아울러 10월3일을 개천절로 정한 사실에서 보듯이 단군왕검이 나라를 처음 개국한 달이기 때문이다.

옛날 부족국가시대에는 주로 시월에 제천행사를 행하였다. 곧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예의 무천, 삼한의 시월제 등이 그것이다. `후한서'의 `동이전'에서 언급한 예맥의 `무천'에 대하여 살펴보자.

“예맥사람들은 성품이 순진하고 착하며 욕심이 적어서 요구함이 없고, 풍속은 남녀가 다 곡선으로 된 옷깃의 옷을 입었다. 산천을 소중히 여기고, 산천마다 경계를 짓고 이웃끼리 서로 간섭하지 않았다. 일가끼리 혼인하지 않고, 모든 일에 꺼리는 것이 많았다. …(중략)… 별자리로 풍년을 점쳤다. 늘상 `시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주야로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 이를 무천(舞天)이라 한다. 또 범을 제사지내고 신(神)으로 삼았다.”

한편 상달에는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이 끼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동의 날씨를 보아 겨울날씨를 점친다. 곧 달(月)이 완전히 진 후에 날이 새면 그해는 춥지 않고, 반대로 달이 아직 남아 있는데 날이 새면 그해 겨울은 춥다고 한다. 또 무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고, 그 반대이면 따뜻할 것으로 안다. 또 상달에는 겨울 동안 먹을 김장을 담구어 울밑에 묻는다. 공장제품인 `김치독'의 김치가 맛이 있다고 해도 아낙네들이 품앗이 해서 담구어 땅속에 묻은 김장김치의 그윽한 맛에는 결코 미치지 못하리라.

<김의숙 / 강원대 국어국문학과교수, 민속학>

(강원일보 200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