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對中 조공책봉은 종속아닌 대등한 문화교류”

지난달 26일 중국의 동북공정을 주제로 1차 국내 학술대회를 가졌던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이 30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15층에서 ‘조공책봉체제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2차 학술대회를 연다.

중국은 고구려가 당시 중국의 나라였던 북위와 남조에 조공을 한 것을 들어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자치정권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고대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일반적인 국제관계였던 조공책봉체제를, 중국측은 두 나라간 종속관계로 보고 우리측은 대등관계에서의 의례적인 문화 경제 교류라고 주장한다.

김정배 이사장은 “조공책봉체제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전형이자 한·중 관계사의 핵심 주제”라며 “그 성립과 변천, 붕괴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검토하여 그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은 동아시아사 속 한국사의 위상을 정립하는 동시에 ‘동북공정’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정정해 나가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은 5편이다. 방향숙 이화여대 강사가 ‘고대 동아시아 조공책봉체제의 형성과 변용:한중 관계를 중심으로’를, 신채식 단국대 교수가 ‘고려와 송의 외교관계’를, 이석현 경성대 교수가 ‘고려와 요금(遼金)의 외교관계’를, 민경준 경성대 교수가 ‘명청교체기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동과 한중 관계’를, 이영옥 아주대 강사가 ‘조공질서의 붕괴와 조·청 관계의 변화, 1895∼1910’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들을 각각 발표한다.

이중 방향숙씨는 중국의 책봉과 조공의 제도적 발전 과정을 주목한다. 그는 책봉에 대한 예의 표시로 조공을 했던 서주(西周)시대의 조공책봉체제는 천자보다 더 강한 제후국가들이 등장한 춘추전국시대에는 힘의 제도로 작용했으나 이 체제가 국내를 벗어나 국외로 확장됐던 한나라 때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주장한다.

방씨는 특히 “고구려가 중국과 조공관계를 맺었던 위진남북조 시기의 책봉조공체제는 고구려의 조공이 북위나 남조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행위였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여러 권력간의 유대를 확립하기 위한 형식으로 활용된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성제 고구려연구재단 부연구위원은 ‘고구려 등 주변국가가 중국의 왕조에게 사절을 파견하고 공물을 바쳤던 정치 행동을 보인 것은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토론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 송민섭 기자 200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