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城 중국보다 앞서고 독창적"

중국 정부가 고구려 유적이 밀집된 중국 환런(桓仁)ㆍ지안(集安)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유적발굴 조사에서 중국이 왜곡한 고구려사가 허구임을 증명 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0~2003년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고구려가 국내성으로 천도하기 이전에 이미 한나라가 고구려현 치소(治所)로 사용하던 토성(土城)이 있었고 고구려는 이를 바탕으로 석성을 쌓았다'는 기존 중국 학계 주장과 달리 실제로 국내성 유적에서 토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뿐만아니라 이들 지역에서 중국보다 앞선 시기에 축조된 다양하고 독창적인 성 유적이 발견됨으로써 '고구려가 중국 영향을 받아 성을 쌓았다'는 중국측 논리 가 허구라는 사실도 드러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이 '고구려가 중국 영향을 받은 속국이었다'고 왜곡한 역사를 중국 학계가 직접 발굴한 결과로 명쾌하게 반박하는 동시에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에 앞서 중국 학계가 대대적으로 벌인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반영한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내용은 '환인ㆍ집안지역의 고구려유적 발굴 성과의 검토'를 주제로 오는 27 일 단국대에서 열리는 고구려연구회(회장 서영수) 추계학술대회에서 서길수 서경대 교수가 발표할 '오녀산성ㆍ국내성ㆍ환도산성에 대한 새로운 고고학적 성과'라는 논문에 포함돼 있다.

서길수 교수는 "중국 학계가 환런과 지안에서 새롭게 발굴된 고구려 유적을 정리해 올해 발간한 보고서 '오녀산성'(랴오닝성 문물고고연구소)'과 '환도산성' '국내성'(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ㆍ지안시박물관)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중국 학자들 주장에 모순이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중국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가 2000년 실시한 국내성 성벽 발굴 결과를 예로 들었다.

논문에 따르면 중국 학계는 75~77년 실시된 발굴 조사에서 발견된 흙 두둑(이 랑)을 토성으로 간주하고 이를 '서한(西韓) 시기의 토성'이라고 비약하더니 결 국 '고구려가 국내성으로 수도를 옮긴 뒤 서한의 토성을 339년 간 그대로 사용 하다가 고국원왕 12년(342)에 비로소 그 토성을 바탕으로 석성을 쌓았다'고 주 장했다.

서 교수는 "중국 학계가 그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논리적 비약을 한 것은 고구려 이전에 나온 토성을 한나라 것으로 만들어 고구려가 한나라 땅에 세워졌다 는 것을 증명하려는 고고학적 성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2000년 조사 결과 고구려 이전 시기에 만든 흙 두둑은 발견되지 않았고, 성벽에서 나온 유물도 모두 고구려 때의 것이었다”고 밝혔다. 중국 학자들은 자신들 주장이 잘못됐다는 증거를 스스로 파낸 셈이다.

서 교수는 이어 "오녀산성, 국내성, 환도산성에서 발굴한 성문들을 전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원지역에는 당나라 때 처음 등장한 옹성(甕城)이 고구려 초기에 이미 다양하고 발전된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고구려 때 이처럼 독창적이고 발달된 옹성들이 실용화되었다는 것은 고구려의 정체성을 고고학적으로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인 동시에 고구려가 중원의 영향을 받아 성을 쌓았다는 중국 학자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 노현 기자 200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