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고구려계승' 유물로 확인됐다

中 고구려왕릉서 발해기와 출토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의 고구려 왕릉에서 발해 양식의 기와 조각이 처음 확인됐다.

최근 집안시의 고구려 유적을 답사한 한규철(韓圭哲) 경성대 교수(발해사) 등은 고구려의 대표적 왕릉인 천추묘(千秋墓)와 서대묘(西大墓)에서 발해 특유의 기와인 ‘손끝무늬 기와’가 출토된 것을 확인했다. 한쪽 가장자리에 제작자가 다섯 손가락 끝 자국을 분명히 낸 ‘손끝무늬 기와’는 지금까지 발해 유적에서만 발견된 것으로, 고구려 고분에서 이 기와가 발견된 것은 발해가 고구려 고분을 관리하는 등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임을 드러내는 획기적인 증거물이어서 주목된다.

이 와편(기와 조각)이 발견된 천추묘와 서대묘는 각각 고국양왕(재위 384~391·광개토대왕의 아버지)릉과 미천왕(재위 300~331)릉으로 추정되며 각각 직경 85m, 55m에 이르는 대형 왕릉이다. 와편은 두 왕릉의 돌무더기 속에서 발견됐다. 이 두 고분은 지난 6월 지안의 다른 고구려 유적들과 함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규철 교수는 “발해 와편이 고구려 왕릉에서 나왔다는 것은 발해 시대에 이곳을 관리하기 위한 건물을 세웠거나 무덤 꼭대기에 세운 건물인 향당(享堂)을 보수했음을 의미한다”며 “고구려 왕릉을 계속 중요하게 관리했다는 사실에서 발해의 고구려 계승의식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발해는 옛 고구려 수도인 국내성(國內城)이 있었던 지안시 일대에 서경(西京) 압록부(鴨綠府)를 두어 다스렸다.

이 와편의 존재는 이곳에 대한 발굴조사를 맡았던 중국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와 집안시 박물관이 지난 6월 펴낸 발굴보고서 ‘집안 고구려 왕릉’에도 실려 있지만 '발해'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200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