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재상의 실리외교 배우자”

재외동포재단 장철균이사 ‘외교사례 연구서’ 펴내

“미국, 중국 등 강대국에 끼인 약소국으로부터의 해방과 남북분단 극복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고려시대 서희(942~998) 재상의 ‘실리외교’를 배워라.” 주 라오스 대사를 지낸 외교관으로 현재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로 있는 장철균(외시 9회)씨가 우리 역사속에서 ‘성공한 외교사례’를 연구, 책으로 펴내 화제다.

장 이사는 ‘서희의 외교담판’(현음사 발간)이란 저서에서 서희의 외교전략을 치밀하게 분석, 총칼없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외교전에서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비법을 찾아냈다.

서희는 고려초 거란대군이 침입했을 때 ‘세치 혀’로 적장을 설득,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압록강 하구로부터 청천강에 이르는 평북 서편 280리의 옛 고구려 영토(강동6주)를 되찾은 인물이다.

장 이사는 “이같은 역사적 사실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한다 . 특히 장 이사는 서희의 치밀한 외교전략전술 가운데 ▲ 지피지기 차원에서 상대측 준비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 ▲ 상대인 소손녕이 거란 대국의 높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대신간의 대담 이라는 점에서 대등한 격(格)을 요구한 당당한 태도 ▲ 상대측의 불손한 태도에는 기개와 용기로 버틴 점 등을 꼽았다. 장 이사는 “적진의 군영 속에서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다”고 말했다.

역사지식에 바탕한 서희의 치밀한 논리도 역사적 담판을 성공케 했던 요인으로 평가됐다. 일주일에 걸친 협상에서 서희는 고려 국호가 고구려 계승의 명백한 증거이고 오히려 거란 관할지역인 요동의 동경(東京)도 고려영역임을 내세워 상대를 압박한 뒤 강동 6주를 고려에 주면 송(宋)과의 관계를 끊고 거란에 복속할 수 있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사대’와 ‘영토반환’의 교환이라는 실리외교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면밀한 서희 전략분석을 통해 도출한 교훈은 현실외교에 그대로 적용된다는게 장 이사의 판단이다. 장 이사는 “현재 남북분단, 한반도 주변상황을 고려할 때 구한말의 역사 반복을 우려하게 하는 시점이어서 특히 그렇다”고 말한다.

장 이사는 “외교안보문제는 자주냐 사대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명분이냐, 실리냐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며 “이는 우리에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장 이사는 주중공사, 외교부 대변인, 주라오스대사 등을 지냈다.

(문화일보 / 김상협 기자 200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