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갈등구도 원형은 7세기 ‘백촌강싸움’서 비롯”

김현구 교수 18~19일 ‘고대 한·일 관계…’심포지엄 기조연설

“서기 7세기(663년) 중국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과 일본과 백제, 고구려 연합군이 금강 하구에서 교전한 백촌강 싸움은 중국 당나라가 한반도를 지배하려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병사를 보내 일어난 전쟁이었다. 반면 16 세기 일본이 임진왜란(1592년)을 일으켜 한반도를 지배하려고 하자 중국 명나라도 이를 막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중국과 일본 모두 각각 상대방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서로 견제해온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서 패권주의가 용납되지 않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바로 여기에 고대 한·일 관계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고려대 일본학연구센터 주최로 오는 18~19일 교내 LG―POSCO 경영관 강당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김현구 고려대 교수는 ‘왜 지금 고대의 한·일 관계가 문제인가’란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고대 한·일관계가 현재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거울이 됨을 역설할 예정이다.

‘고대 한·일 관계의 현재적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이틀간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김 교수를 비롯, 이재석 고려대 연구교 수와 일본 와세다대의 이성시·신가와 도키오(新川登龜男) 교수, 다키오토 요시유키(릀音能之) 고마자와(駒澤)대 교수, 중국 푸단(復旦)대의 한쉥(韓昇) 교수 등이 발표하고, 노중국(계명대)· 주보돈(경북대)·김영하(성균관대)·서영수(단국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북미자유협정(NAFTA ) 등이 상징하듯 오늘날 세계는 지역적 협력과 통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국간에도 지역적 협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중간의 고구려사 문제나 일·중간의 영토분쟁 등을 볼 때 동아시아에선 정반대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심포지엄 주제를 고대 한·일 관계에 맞춘 것은 임나일본부와 백촌강 싸움 등으로 구성된 고대 일본의 한반도 남부경영론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야기된 한·중간의 고구려사를 둘러싼 논란보다 역사가 오래됐으며 동아시아 3국 모두 관련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조강연에 이어 ‘동아시아 세계와 백촌강 싸움의 재조명’이란 논문을 발표할 김현구 교수가 “백촌강 싸움은 삼국과 당나라, 일본 등 동아시아 제세력이 처음으로 한반도를 무대로 격돌한 전쟁으로 신라·일본·당 이라는 동아시아 세계의 틀이 형성돼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며, 한·중·일이라는 오늘날 동아시아 3국 출현의 원형이 된 사건이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 서다.

백촌강 싸움을 놓고, 일본학계에선 백제가 일본의 속국 또는 조공국이었기 때문에 출병하게 됐다는 이른바 고대 제국주의 전쟁설이 통설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학계에선 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야마토 정권의 지배층을 구성했으며 이들이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출병한 조국부흥 전쟁설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교수에 따르면 백제가 일본의 속국 내지는 조공국이었다는 주장은 ‘일본서기’ 편자의 사관을 바탕으로 근대 일본이 동아시아 각국을 침략하던 시각이 투영된 것으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며, 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야마토 정권의 수뇌부를 구성 하고 있었다는 것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동아시아 세계가 뒤엉켜 싸운 백촌강 싸움에 대한 재검토는 한· 일간의 역사분쟁을 종속시키고 동아시아 세계의 지역적 협력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란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문화일보 / 최영창 기자 200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