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소식> 교통사고로 아들잃은 아버지의 편지

중국 상하이(上海) 교민들은 요즘 `안타까운 부정(父情)'에 숙연하다.

이 아버지는 상하이로 유학보낸 아들이 지난달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로 사망하자 급히 상하이로 왔다. 한줌으로 변한 아들의 시신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간 이 아버지는 주상하이총영사관에 "유학생들에게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며 편지 1통을 보내왔다.

다음은 그의 편지 전문.

"유학생 여러분! 제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몸에 익혀진 나태로움을 성실과 근면으로 되살려 고국에 계신 부모님은 물론 고국의 이름 `대한민국'을 낯선 땅인 상하이에 알리는데도 일조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유학생 여러분!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차선의 문제입니다. 세상은 지식의 많고 적음보다는 인간다운 삶과 지혜로운 삶을 배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간 00이도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착하고 멋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으리라는 생각해 봄은 부모된 자로서의 자만일까요?

유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의 '인간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여러분의 가족만이 아닐 것입니다.

고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모든 국민들이 여러분들의 활동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우리나라와 훌륭한 경쟁상대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예상일 것입니다.

지금은 국민 소득수준이 우리나라의 5분의1에도 못 미치지만 중국인들의 생각은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해 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 잘 산다고 해서 중국인들을 무시하지 말고 언제나 밝은 예의로써 그들을 대접해 주는 마음의 자세도 버리지 마십시오.

유학생 여러분! 어제까지 자식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어지러움도 어느 정도 정리되고 오늘부터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다시 한번 유학생 여러분과 교민 여러분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 영위하길 고국에서 빌겠습니다."

(연합뉴스 200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