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노대통령의 단호한 입장 표명 환영

오는 2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대통령이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을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천명했다. 노대통령은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제하고 북핵문제는 반드시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하며 미국이 무력행사나 대 북 봉쇄, 체제붕괴 등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선 안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 대선후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행정부내 강경파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북 선제공격론 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측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흠이 간 상태이나 여전히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미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해법은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노대통령의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인식이 제대로 됐다고 평가하고 그의 해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한반도에서 6.25와 같은 전쟁이 다시는 있어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 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당사자인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못할 것이며 자칫하면 세계 3차대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미국으로서는 자신들이 보기에 한줌도 안되는 북한이 사사건건 대들며 벼랑끝 외교를 펼치고 있는데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는 느낌마저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북 강경 매파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쑥밭을 만들 어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급한 판단은 이라크 사태에 비견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것이며 세계를 이끌어가야 하는 미국의 지도력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에 무력을 행사할 경우 미군이 주둔하고 있 는 한국과의 즉각적인 전쟁 발발은 물론이고 북한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개입을 불러올 것이다. 동북공정으로 고구려를 자기네들의 변방국가로 규정하기 시작한 중국으로서는 개입의 당위성을 여기에서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최대관심은 북핵이 테러조직이나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일 것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노대통령의 언급처럼 북한이 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그들이 까다로 운 조건을 내걸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은 변화를 수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으로 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일 것이다. 제 4차 6자회담이 장기간 공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위해 전향적 자세를 취한다면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본다.

(연합뉴스 200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