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北에 무력행사·봉쇄 정책 안돼"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북에 대한 무력행사나 봉쇄정책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방법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미 순방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른 노대통령은 13일 오전(한국시간) 국제문제협의회 주최 오찬 연설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역시 한국 국민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하고 이를 위해 6자 회담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유일동맹국인 미국 국민에게 전하는 강력한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처음 행한 노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강경책을 써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력히 피력한 것이어서 부시 행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노대통령은 6자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선 북한도 핵을 포기하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북한이 이렇게 결단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도 몇가지 문제를 조정하고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6자 회담 당사국과 전세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북한은 반드시 핵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원하고 있으며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라기보다는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CBS정치부 김재덕기자

(노컷뉴스 2004-11-13)

노대통령 `WAC 오찬연설' 요지

(연설 요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납 못한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북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6자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편 북한이 이런 결단을 하도록 우리도 몇가지 문제를 해소.조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반드시 포기할 것이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선 6자회담 당사국과 전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 러시아, 한국의 도움없이는 최소한의 생존도 유지하기 어렵다. 끝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 등 서방세계는 물론 한.중.러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과연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원하느냐'는 의문에 대한 제 대답은 `그렇다'이다. (북한은) 상당한 수준으로 시장 경제를 받아들여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와있다.

다만 개혁.개방은 내부적으로 불안과 동요를 가져오고, 빠르게 진행되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외부의 위협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라기 보다 변화를 수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일 것이다. 북한 스스로도 핵무기로는 어떤 공격적 행위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거나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는 의혹은 충분하다. 미사일과 그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많은 국가들의 우려를 살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다. 지금도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근거가 없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 북한의 주장은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볼수 있다. 여러 상황에 비춰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이같은 문제의 표현에 있어 한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북한이 합리적'이라고 표현하는 걸 미국민이 매우 좋아하지 않으므로 `합리적'이라는 말을 피하면서도 사실과 상황에 부합하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결론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려거나 테러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이 보장되고 개혁과 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핵무기는 포기할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는 북한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냐, 아니냐의 결단에 달려있다.

다음으로 판단할 문제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인권이 개선돼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길로 나올 수만 있다면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북한은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이 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고 안하고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오랜 세월 적대적 관계 속에서 불신이 쌓여왔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내, 성의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신뢰가 쌓이고, 체제유지와 더 나은 삶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6자회담의 틀이 만들어지기 전 일부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가 거론된 적도 있다. 한국 국민들은 무력행사 얘기하면 전쟁을 먼저 떠올린다. 한국 국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무력행사는 협상전략으로서의 유용성도 제약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미국은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존중해줄 것으로 믿는다. 봉쇄정책도 결코 바람직 한 해결방법이 아니다. 불안과 위협을 장기화할 따름이다. 붕괴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같다. 이 역시 한국 국민들에는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체제 위협에 직면했을 때 북한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화 이외에 는 다른 방도가 없다. 미국도 이미 대화의 길로 들어섰다.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미국민 여러분이 뜻을 하나로 모아달라. 이것이 우리 국민이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 국민에게 전하는 강력한 희망이다. 이는 또한 한미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의 강경노선이 남북대화 증진에 도움이 되나, 지장이 되나.

▲북핵문제 또는 북한, 대북한 정책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말하느냐, 온건한 정책을 말하느냐는 한미간 우호관계에 아무 차이가 없다. 문제를 푸는 전술적 차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 이 자리에서 `대화 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말했다. 강격책 이 실제로 한반도에서 너무나 엄청난 의미를 갖고, 엄청난 결과를 예상케 하는 큰 의미를 가지므로 소위 강격책이라는 게 양면전략으로서의 유효성이 상당히 제약을 받는다. 한국에도 대북정책에 있어서 강경.온건 견해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지만, 적 어도 전쟁의 가능성이 있는 어떤 조치에 대해선 양쪽 모두 대부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화가 5∼10년 지속되면 북한에게 핵무기 개발의 시간을 주게 된다.

▲대화의 장기화에 반대한다.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장기화가 될수록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므로 장기화됐을 때의 대책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조속히 푸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쉽다.

--주한미군 감축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 한.미간 큰 방향의 합의를 이뤘으므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국 국민도 자주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가진 국민이라면 아무리 우방이라도 최전선 위험한 곳에 우방 군대를 배치하고 `우리를 지켜달라'고 하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GDP 규모가 세계 11위쯤 되는 나라라면 자기 국방은 주로 자기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융통성있게 운용할 수 있게 협력해야지 무조건 바지가랭이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선 안된다' 고 말하는 건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반대하지만, 융통성있는 운용에 대해선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다만 내가 말한 `융통성' 이란 건 동아시아에 있어서, 주한미군 역할에 있어서의 유연성이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게 해두고 싶다.

(연합뉴스 200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