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역사교육

훌륭한 역사가 있으면 현재가 있으며, 현재를 잘 유지하면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이야말로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수준 및 질을 저울질하고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제패한 몽골의 군사통치는 막강하였으나 과학 문화적인 면에서 개발과 문명의 유지방법이 크게 미흡하였다. 그러므로 몽골은 현재 260만 인구가 과거의 유목민들처럼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좋은 것은 오래 보존하고 과거의 잘잘못을 파악해 깨우치고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교육은 대학입시와 수능시험 중심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매우 부실하다. 잃어버린 영토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만주와 간도 및 연해주를 생각해 보며 다시는 실수가 없도록 역사교육을 과학적인 기초 아래 철저히 해야 한다.

역사와 그 평가는 어디서 누가 쓰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역사를 보는 시각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한반도가 독립국가가 아닌 자기네 위성국가의 하나로 보는 시각을 공공연히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이 낙랑, 진번, 임둔, 현도군을 설치하여 총독을 보내 관리 및 통치하였으므로 중국의 부속체제이며 속국이었다고 주장한다. 삼국과 조선의 왕의 이름도 자기네 황제의 승인과 동의를 받아 유지했다고 한다.

중국은 고구려와 고려 및 만주가 자기네 소수 민족 50개의 하나인 것이 자기네 역사관이라고 오래전부터 강조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중국에 같은 논리로 맞받아쳐야 한다. 몽골이 중국을 정벌 통치했으므로 중국의 대부분이 몽골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가.

현재 중국에는 미국인이 꽤 많으므로, 미국인이 51개 소수민족의 하나이므로 미국도 중국의 역사라고 하면 억지주장이 아닌가. 과학적 사고 아래 우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역사관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일본인들의 역사관도 역시 크게 다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신라 등 삼국시대에 한반도에 침략과 수탈을 수없이 많이 자행하며 우리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포르투갈 표류인들에게 배운 조총을 대량 제조해 임진왜란 때 살생을 일삼았고 방방곡곡의 사찰과 큰 건물들을 거의 불태웠다.

한일합방 후 36년의 지배는 대일 청구권 3억달러로 일단락되었으나, 과거 임진왜란 7년전쟁의 피해보상 청구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그리고 1894년 동학혁명과 청일전쟁 이후 일본은 17년간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 문화를 완전히 파악함은 물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도 거의 완벽히 분석했다.

물론 과학적 방법에 기초를 한 것이다. 그리고 1910년에는 일본 뜻대로 한일합방이 이뤄졌다.

지금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은 미국의 군대와 과학문화 때문에 일본은 미국에 패하고 한반도를 잃게 되었다고 과거사를 해석하며 한탄한다고 한다. 과학 발전과 과학적 조사를 소홀히 하면 이렇게 역사관에서도 뒤질 뿐 아니라 물론 현실에서도 큰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1998년 말 일본은 치밀한 해양환경의 조사연구를 거쳐 우리와 한일어업협정을 맺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사전조사도 없이 협정을 맺는 바람에 우리는 일본산 생선을 먹어야 한다. 이런 점을 보아도 우리의 공부와 과학적 연구는 크게 미흡하다.

고구려, 발해, 고려의 북쪽 역사를 우리 것으로 잘 보존하고 독도 수호도 확고히 하려면 과거의 사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일본의 임진왜란 7년전쟁의 보상과 문화적 훼손을 마땅히 청구해야 하며, 1905년 을사보호조약 이후 일본이 간도를 중국에 이양한 것과 수탈한 것을 강력히 반환 청구할 때가 왔다.

<정용승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세계일보 20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