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개설서 완성 전호태 교수

"역사학과 미술사와 고고학과 종교학이 만나는 지점에 고구려 고분벽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 연구는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지닌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전호태(全虎兌.45) 교수는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적 특징을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 주는 테마가 고분벽화"라고 강조하면서 그 이유로 여기에는 "고구려인이 외래적인 문화요소를 섭취해 나름대로 구현한 내세관과 종교관, 우주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구려 고분벽화라는 한 우물만 헤집어 판 지 15년 이상을 헤아리는 전호태라는 이름은 적어도 한국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와 동의어가 돼 있다시피 하다.

서울대 국사학과 박사학위논문을 손질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사계절.2000) 를 필두로 2002년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풀빛)에 이어 올 2월에는 일반독자를 겨냥한 `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사계절)의 단행본 3권을 연이어 냈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신국판 680쪽에 달하는 또 하나의 단행본 `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서울대출판부.3만5천원)를 들고 나왔다.

이번 책에 대해 전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개설서"라고 성격을 규정한다. 이에 맞춰 이 책은 고분벽화의 출현과 그 전개과정, 고분벽화별 특징이나 상태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개설서에서 엿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200여 쪽에 달하는 `부록'. 책 부피가 늘어난 가장 주된 이유가 된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고구려 고분벽화와 관련해 발표 된 논저를 지역별ㆍ시기별ㆍ주제별ㆍ연구자별로 분류돼 있다. 그 결과 이 분야 논저 는 단행본 65권을 포함해 약 700편이 정리됐다.

그 결과 고분벽화 연구의 큰 흐름이 감지됐다. 북한학계는 사상사와 관련된 글이 거의 없고 생활사에 치중돼 있는 것과는 달리 남한은 생활사 분야 연구가 미약하고 미술사적인 측면에서의 관심이 많았음을 드러낸다.

전 교수는 "부록자료만으로도 고분벽화 관련 참고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으며, 이를 통해 이 분야 연구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주력할 분야로는 중국 화상석(畵像石), 특히 그것과 고구려 고분벽화와의 비교 연구를 꼽았다. 이미 이와 관련된 논문은 5편 가량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고분벽화을 근거로 고구려 문화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내세우곤 했으나 무엇에 비해 독자적이며 무엇에 비해 우수하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한대(漢代) 이후 중국에서 본격 출현했고, 현재 실물자료만도 수십 만 점을 헤아리는 화상석이 고구려 고분벽화와 관련이 밀접한 이상 둘 사이의 비교 고찰은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전 교수는 동 대학원(고고미술사 부전공)에서 1989년 ` 5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불교적 내세관'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88-93 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를 거쳐 93년 3월 울산대 교수로 부임했다.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 200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