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에 넘쳐나는 한국관련 기록들

김현구 교수팀, 한반도 기록 쟁점별 정리

해방 공간에 월북한 북한고대사학계의 거물 김석형(金錫亨.1915-1996)은 1960년대 그 유명한 일본열도 내 삼한분국설(三韓分國說) 을 제창하면서 '일본서기'(日本書紀)라는 문헌을 이렇게 간평한 바 있다.

"'일본서기'에서 한국 관계 기사를 빼버리면 한 축이 무너져 내린다."

서기 720년에 편찬된 현존 일본 최고(最古)의 정사(正史)인 '일본서기'에는 그의 말처럼 한반도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특히 가야와 관련된 기록은 국내에 남아 있는 어느 문헌보다 많은 종적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일본서기'의 최대 난점으로는 첫째, 5세기 중반 이전 기록에 대해서는 그것의 정확성은 차치하고라도, 연대를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둘째, 여기에 수록된 한반도 관계 기사 거의 전부가 고대 일본 천황가의 한반도 각 왕국에 대한 직·간접 지배라는 관점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고려대 역사교육과 김현구(金鉉球) 교수팀이 최근 전 3권으로 완성한 '일본서기 한국관계기사 연구'(일지사)는 바로 여기에 착목해 한국학술재단 지원을 받아 2000년 이후 2002년까지 수행한 '일본서기'에 대한 공동연구 성과물이다.

여기에는 고고학자인 우재병(禹在柄) 충남대 교수와 백제사 전공 박현숙(朴賢淑) 고려대 교수, 이재석(李在碩) 고려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조교수가 참여했다.

현존하는 '일본서기'는 전 30권. 연월일 별로 그 때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소위 편년체(編年體) 기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일본 왕실 조상으로 간주된 신들의 세계를 노래한 신대(神代)를 첫머리에 앞세우고는 초대천황으로 간주된 진무(紳武)를 시작으로 40대 천황이라는 지토(持通) 가 재위 11년(696)에 몬무(文武)에게 양위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에 공동 연구는 '일본서기' 기술 순서를 따라, 한반도 관련 기사 원문(한문) 을 빠짐없이 뽑아낸 다음, 그것을 한글로 옮기고, 이것과 관련되는 학계 쟁점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쟁점 부문에서는 이번 연구진의 의견도 가미됐다.

예컨대, 고토쿠(孝德) 천황 2년(646) 조에 보이는 김춘추(金春秋)의 일본 사신 행에 대해서는 이 기록을 둘러싼 진위 문제를 쟁점으로 정리하면서, 당시 신라정세 로 볼 때 김춘추가 도일(渡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성과물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일본서기' 역주본 하나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고대사학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거기에 보이는 한반도 관련 거의 모든 기록을 뽑아내고 그것들을 쟁점별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각 권 350쪽 안팎. 권당 1만8천원.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 200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