唐, 연개소문 쿠데타 빌미로 침략

麗·唐 전쟁은…

618년 수(隋)를 무너뜨리고 중원을 차지한 당(唐)은 민심을 수습하고 주변 민족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고구려와의 평화적 관계가 필요했다. 고구려 역시 전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류왕 25년(642)까지 매년 당에 사신을 파견하면서 교섭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당의 내부에서는 중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고구려를 정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고구려와 당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연개소문의 쿠데타였다. 당은 고구려의 정변을 침략의 명분과 기회로 삼고, 보장왕 3년(645) 태종이 직접 10만명이 넘는 군사를 거느리고 비사성·요동성·백암성 등을 공격, 함락시켰다. 그러나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후 당은 소수의 병력을 요동 지방에 자주 보내 소규모 전투를 벌이다 물러가는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보장왕 19년(660) 백제를 멸망시키는 시기를 전후하여 고구려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공격을 벌였다.

고구려와 당의 운명을 건 승부는 보장왕 25년(666) 말부터 시작됐다. 보장왕 24년 연개소문이 죽고 그 아들 남생·남건·남산 사이에 권력투쟁이 벌어지자 당은 이세적·설인귀 등으로 하여금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공격하게 했다. 고구려는 내분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보장왕 27년(668) 9월 항복하고 말았다.

 

(조선일보 / 이선민 기자 200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