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마케팅이 닫힌 지갑 열었다

연초부터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계획에 따른 고구려 史 왜곡으로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분개하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중국에서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역사 왜곡은 역사학계는 물론 정치계까지 들고일어나게 했다.

고구려 문제는 국민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됐고, 그리고 고구려를 포함한 우리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를 4강에 오르게 했던 ‘붉은 악마 ’ 등에 이어 다시 한번 전 국민을 동일한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국민 전체를 하나로 뭉치게 했던 고구려 왜곡 문제가 기업에게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구려史 문제를 마케팅에 동원한 기업은 일반 기업은 물론 금융기관, 출판·문화계, 지방자치단체 등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리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는 고구려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책자가 쏟아져 나왔다. 금융기관은 고구려 관련 상품의 출시로 여타 상품과 비교가 되지 않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공익사업을 열심히 펼치고 있어 대외 인지도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에도 애국심을 앞세운 마케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IMF 때 나온 815콜라 등 국산품을 사용하자는 식의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산품 애용을 앞세운 애국심 마케팅은 더 이상 빛을 보기 어렵다.

고구려 마케팅이 일종의 애국심 마케팅임이 분명함에도 다른 것과 달리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또 전문가들도 이번 고구려 마케팅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JH컨설팅 황성수 사장은 “고구려사 등 역사 문제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면 해당 기업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도 자기와 동일한 의식을 갖고 있다는 동질성을 느껴 관심을 갖게 된다”며 “특히 고구려사 왜곡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슈화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간 마케팅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T-Plus 김인식 이사도 “연초 독도 우표가 몇 십 년 만에 다 팔릴 수 있었던 것은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역사 문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역사를 앞세운 애국심 마케팅을 잘 활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상품의 구매욕구를 유발하는 효과까지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구려 역사 지키기 운동을 일반 기업이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상업화 전략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고구려 마케팅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마케팅에서 벗어나 국가 마케팅을 이끄는 역할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가 대 중국 관계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기업들이 일시적이고 표피적인 홍보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마케팅 수단으로 발전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단순 마케팅에서 벗어나 기업 행위가 이런 의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구려 역사가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부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구려 마케팅’은 잘만 활용하면 수익에 도움이 됨은 물로 기업의 공익성 제고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김종학-송지나 콤비 고구려 역사에서 다시 만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싸고 국민적인 공분이 높아지면서, 애국심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회사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업체간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과 상품권 업체들이 활짝 웃고 있는 반면, 여행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것. 연극·영화 등 문화계는, 고구려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잇달아 상영에 들어간 가운데 방송용 대작의 제작이 추진 중이어서 다시 한번 ‘고구려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 판매증진 등에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업체가 씨큐텍. 상품권 판매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6월 초 ‘광개토대왕 상품권’을 발행해 월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화관과 서점 외식업소 유통 매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 상품권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 이 회사의 양홍열 실장은 “7월부터 LG정유 등과 함께 광개토대왕 유적지 탐사 등 역사 현장 투어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판매가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10월 들어서도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홈쇼핑 업체들의 역사 관련 상품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이채를 띠고 있다.

LG홈쇼핑은 지난 8월 삼성출판 초등특선을 방송해 매회 3억~5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 상품은 《이이화 선생님의 만화 한국사》(전7권) 와 《삼성 세계명작》 32 권’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측은 《세계명작》만 팔았을 때 판매고가 2억5,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5%나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7월 이전까지 월 2회였던 이 상품 편성을 주 1회씩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CJ홈쇼핑도 지난 8월부터 한국삐아제의 《생각하는 한국역사 논술 만화》를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단 2회 방송에 총 2,000세트가 판매돼 유아상품군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그는 “역사 전반을 다루고 있어 고구려 관련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역사왜곡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판매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여행사들은 고구려 유적 관광 상품을 발 빠르게 내놓았으나 반응이 저조,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는 7월부터 심양 및 고구려 문화유적지 탐방 3박4일짜리 상품을 내놓았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한 상태.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 동북 지역은 베이징 지역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지만 고구려 역사문제가 떠오르면서 관련 상품을 기획했는데, 아직까지는 호응이 높지 않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아 해외 여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여행사 넥스투어도 고구려 유적지 탐방 상품을 기획했으나 심양 주변 지역만 둘러보는 여행 상품이 최소 출발인원 10명을 채우지 못한 채 취소되는 바람에 백두산과 연계하는 상품으로 대체했다. 롯데관광도 7월부터 백두산 및 고구려문화 탐방 상품을 내놓았으나 예약자가 없어 그만두고 단발성 상품을 기획해 관광객을 모집 중이다.

한편 고구려 역사를 소재로 한 문화 상품 출시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모래시계》의 황금 콤비인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고구려 건국과 광개토대왕의 대륙 정벌을 소재로 한 《태왕사신기》를 준비 중이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고구려 시조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는 시점부터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작진은 북한의 고조선 및 고구려 유적지를 담기 위해 북한 지역 촬영을 추진 중이며, 북한 배우의 출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의 《쇼군》, 《중국의 삼국지》 등 방대한 스케일의 역사적 이야기처럼, 우리 역사를 상품화해 널리 알리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교육극단 달팽이도 지난 3일부터 그림자극 <동명성왕>을 공연하고 있다. 내년 1월 30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교육극단 달팽이가 해마다 한 편씩 만들 계획인 고구려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 극단측은 ‘광개토대왕’ ‘살수대첩’ ‘연개소문’ 등 고구려사와 관련한 사건들을 매년 교육극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극단 관계자는 “고구려 프로젝트를 향후 5년에 걸쳐 애니메이션 책 캐릭터 온라인게임 영화 드라마 등의 제작 판매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 ‘안악3호분’의 미스터리를 고구려의 장쾌한 역사 속 비극적 사랑의 거대 벽화로 복원한 국악 뮤지컬 <안악지애사>도 지난 9월 1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무대에서 시작돼 10월 2일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아버지 사망 이후 중국의 속국처럼 변해 버린 모국의 현실에 절망을 느낀 고구려 미천왕의 아들인 국강이 자주외교를 추진하면서 겪는 양국간 갈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작사인 비단수엔터테인먼트의 오금열 대표는 “고구려 고분 속 문양과 캐릭터 등을 ‘원 소스 멀티 유즈’ 문화상품으로 만들고 북한 공연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계는 고구려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잇달아 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김종학-송지나 콤비가 작품을 준비 중이어서, 고구려 바람이 다시 불 수 있을 것으로 기대섞인 관측을 하고 있다.

문화 상품의 흥행 성공은 중국 외교부의 고구려사 삭제를 정점으로 고조됐다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한 고구려 붐에 다시 불을 댕기면서, 관광 상품이나 상품권, 도서 등 관련 상품 매출을 늘리는 선순환을 낳을 수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문화계 관계자는 “‘고구려 지키기’가 음악 연극 드라마 등 문화예술의 전 분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면서 “대부분 단발성 기획을 뛰어넘는 장기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부 작품은 북한 배우의 출연 및 북한 현지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 광개토대왕이 지점장보다 낫네”

판 한 달 만에 1조원 수신고 달성.

지난 9월 13일 기업은행이 판매를 시작한 ‘고구려지킴이 통장’이 최근 문제인식이 식지 않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를 배경으로 삼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기예금과 자유적립식 적금 2종류로 판매되고 있는 이 통장은 지난 10월 15일 현재 1조4,700여 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정기예금은 10만좌에 1조4,450억원, 적금은 9,100여좌에 208억원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 상품을 기획한 기업은행 상품개발팀 김기섭 팀장은 “기업은행이 지금까지 판매한 수신 상품 중 한 달만 놓고 봤을 때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상품”이라고 말한다.

기업은행이 지난 해 6월 선보인 한 상품은 현재 2,000억원 정도의 수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지킴이 통장이 다른 수신 상품보다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 등에서 다른 상품과 거의 동일하다. 다른 예금과 다른 혜택을 주는 것이 있다면 중국의 고구려 유적지를 탐방할 때 여행자보험에 무료로 가입시켜 주는 서비스와 환율우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하지만 이는 3개월 이상 유지 시 제공되는 것으로 아직 수혜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한 달 만에 1조원이 넘는 수신고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고구려史 문제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했기 때문.

김 팀장은 “역사 왜곡 문제를 외면하고 묵인하면 언젠가는 역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수익의 사회환원 방법을 찾다가 은행도 고구려 역사바로잡기에 일조를 하자는 의미에서 이 통장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 통장 수익금의 상당 부분(가입 세후 이익의 2% 정도, 최대 연간 3억원)을 고구려 관련사업에 기부하거나 또는 사업을 직접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세후 이익의 2% 정도면 예금 판매에 따른 은행 수익의 절반 정도를 고구려 관련 사업에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김 팀장은 “이 상품을 개발하기 전에 영업점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런 상품이 나온다면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고객이 많았다”면서 “상품 개발 취지가 알려지면서 기존 고객의 전환이 아닌 외부 신규자금이 많이 들어와 은행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한투자증권에서도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를 마케팅에 활용한 상품이 지난 9월 출시했다. 바로 펀드상품인 ‘광개토대왕 채권혼합 투자신탁’.

지난 9월 10일 투자자 모집에 들어간 이 펀드는 한 달여 동안 240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상품은 우리나라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2종류 주식에만 집중 투자하는 펀드상품이다.

이 상품을 개발한 상품기획부 고창웅 부장은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가 이슈화되면서 국내 기업 중 중국을 겨낭해 영토확장 하듯이 중국을 덮을 수 있는 종목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됐다”며 “이럴 수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라고 판단, 이 두 종류 주식에만 투자하는 상품을 개발하면서 고구려 영토확장에 앞장선 광개토대왕을 펀드 명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투증권은 기존에 삼성전자 한 개 종목에만 투자하는 밀리언펀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 상품의 연장선상에서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를 추가한 셈이다.

고 부장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주춤하고 있지만, 다른 일반 펀드 상품에 비해 모집 속도가 좋은 편”이라며 “상품명으로서 고구려 마케팅이 효과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대투증권은 이 상품의 설정 규모가 커지면 가입 고객을 선정해 중국 현대차 현지공장 방문, 고구려 유산 방문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단독 광고도 계획하고 있다.

고 부장은 “고구려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며 “펀드도 장기로 봐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간 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투증권은 현재 주 2회 어린이경제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별개로 고구려 관련 강좌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증권사뿐만 아니라 예금 등 대 고객 수신·판매상품이 없는 카드사에서도 고구려史 문제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는 카드 회원 전체에게 요금청구서와 함께 ‘신한카드와 알아보는 우리 역사 고구려 편’이라는 스크래치 행운권 카드를 함께 발송했다. 이 행운권 카드에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 대한 설명과 영토 확장에 앞장선 광개토대왕에 대한 설명을 함께 싣고 있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에서 행운권 번호 입력 이벤트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마케팅은 신한카드가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첫 번째 행사다. 또 구체적인 향후 추진 계획을 갖추어 실시한 것도 아니다.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고구려史 문제가 불거지면서 발빠르게 우선 시도한 기획 행사인 것이다.

신한카드 마케팅팀 김용진 과장은 “최근 고구려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고구려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완벽한 기획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고구려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역사 또는 아예 다른 관심 분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서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고구려를 통해 고객의 관심을 모아보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셈이다.

고객 호응도는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 신한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처음 시행한 것이어서 고구려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것인지는 첫 행사여서 검증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로 인해 오프라인만의 고객을 온라인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구려 마케팅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고구려 CEO에 故정주영 회장

'고구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으로 대표되는 영토확장의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광개토대왕은 한민족이 낳은 최고의 영웅이라 치하 받을 정도로 영토를 최대한 확장한 정복 군주다.

그렇다면 고구려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과 기업인은 누구일까.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구려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으로 절반 이상(66%)이 ‘현대그룹’을 떠올렸다. 기업인으로는 고(故) 정주영 회장(44%)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답변을 했다.

현대그룹 내에서도 현대건설이라고 지목한 사람이 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북사업을 진행한 현대아산이 비슷하다고 답한 사람도 5명에 달했다. 현재는 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차를 지목한 사람은 3명이었으며, 기아차(응답 결과에서는 현대그룹에서 제외)라고 답한 사람도 있다.

세계시장 개척과 대북사업의 결과가 고구려의 이미지와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 중 한 명은 “강력한 추진력 등을 보여준 현대그룹이 고구려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고, 섬세한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간 삼성이 신라의 이미지와, 한때 이들과 경쟁을 했지만 이제는 분해된 대우가 백제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 최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삼성이라고 답한 사람은 9명이었으며, 세계를 무대로 뛰었던 대우그룹을 지목한 사람도 있다. 또 평양에서 사업을 시작한 진로, 백두산 호랑이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조흥은행, 고구려 광고를 선보인 KTF,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비고 있는 동원산업 등이 고구려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답변들도 나왔다.

기업인으로는 고 정주영 회장 외에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1명으로부터 고구려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고 정주영 회장과 정몽구 회장 외에도 이명박 서울시장(전 현대건설 회장)도 현대의 이미지와 걸맞게 고구려적인 기업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세계 속의 삼성을 만들어 낸 이건희 회장이라고 5명이 답변을 했으며, 고 이병철 삼성 회장도 2명이 고구려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이 외에 죽어 가는 회사를 획기적으로 살려낸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전 사장, IMF 시절 기아차를 잠시 맡았던 진념 전 재경부 장관, 만주 삼강평원을 개발하려던 대륙개발의 장덕진 회장(전 농림부 장관), 이구택 포스코 회장, 유일양행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 등도 고구려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코노믹리뷰 200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