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우뚝 선 광개토대왕비

“광개토대왕비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 전개를 위해 인위적으로 없앨 수도 있습니다. 문화혁명 때 실제로 그런 시도가 있었지요.”

계룡건설 명예회장인 이인구(李麟求·72) 계룡장학재단 이사장은 2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에서 3년간 제작해 기증한 광개토대왕비 복제비 제막식을 가졌다.

돌로 된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비 복제비가 국내에 세워지기는 처음이다. 국가정보원, 전쟁기념관 등지에 있는 광개토대왕비 모조비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만들어졌다.

이 이사장은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현의 광개토대왕비 원비(높이 6.4m)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중국 방방곡곡을 누벼 원비와 같은 재질의 돌(흑묵석)을 구했다. 80t가량의 이 원석을 한국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교량과 가옥 등이 훼손돼 보상비도 물어야 했다. 비 제작비용은 약 15억원.

비문 고증은 더 어려운 문제였다. 원비가 1600년 동안 풍화돼 알아보기 어려운 데다 중국당국이 근접 촬영을 허용하지 않아 첩보영화처럼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했다. 이 사진과 함께 베이징(北京)대와 대만 중앙연구소가 소장한 탁본을 토대로 하고 선문대 역사학과 이형구 교수의 고증을 받아 비문을 새겼다.

이 이사장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때문에 복제비 제작에 나섰는데 완성을 앞두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비가 후손들의 민족기상을 일깨우고 고구려사의 증거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 지명훈 기자 2004-10-27)

천막에 갇힌 '광개토대왕비 복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