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은 중국 외교 최대 실책 가운데 하나?

공산당원인 한 재중동포는 "동북공정에 대해 내가 잘 아는 한족(漢族) 지식인들도 왈왈(玩兒玩兒·웃긴다)이라고 말한다. 그들도 땅이 바뀌었다고 역사가 바뀌겠는가라고 반문한다"며 "한국의 반발에 중국 정부는 당황하고있다. 결국 동북공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뒤로 물러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와 비슷한 견해를 제시하는 재중 동포들은 상당히 많았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의 반미 감정을 즐겼다. 중국으로서는 친미 국가인 한국이 미국과 멀어질 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동북공정으로 한국에 반중 감정이 커졌다. 한국을 자꾸 중국 쪽으로 끌어당겨야하는데 정 반대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는 최근 중국 외교가 저지른 최대 실책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국 학자는 "중국 정부 안에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없다"며 "기껏해야 자료나 챙기는 수준이어서 장기적인 전략이 없었다. 따라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중동포인 박 아무개씨는 "9월 초 리장춘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북한을 방문했다"며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 또는 김정일 위원장의 처 고명희 조문이라고 분석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리장춘은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방북 때 동북공정의 실질적인 최고 책임자를 대동했다"며 "동북공정에 대해 북한에 설명하러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말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한국에 와 "고구려사 문제로 양국관계가 손상을 받으면 안되며 한국측 관심을 충분히 유념해 성실하고도 책임있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는 자칭린을 보내고 북한에는 리장춘을 보내 남북한의 반발을 무마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한국 민간부문에서의 간도 영유권 주장 등에 놀란 중국이 방어적 차원에서 동북공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상당히 다르다. 중국의 체제 성격상 후진타오 서기 등 최고지도부에 의해 지시되고 승인된 사업이 남북한의 반발로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 지인이 많은 한 국내 학자는 "동북공정에 대해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 중국은 이제 정해진 방침대로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나마 동북공정이 이렇게 알려지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만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터졌다면 한국은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이 후진타오의 이른바 '양수경'(兩受硬) 논리다. 서로 배치될 수 있는 목표를 동시에 장악하고 일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후진타오는 티베트 소요사태를 진압한 뒤 1991년 5월 '당의 민족정책이 티베트에서 위대한 실적을 보이다'라는 글에서 "한 손에는 반 분열 투쟁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티베트 경제건설과 개혁·개방을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덩샤오핑의 논리와 비슷하다. 그는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자본주의의 길을 걸으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 정권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덩샤오핑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주장했지만 실제 내용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에 불과했다.

동북공정에서도 후진타오의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간도 영유권 문제 등에 대비 동북공정은 계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한국과의 관계는 손상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학술적으로 해결하자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결국 이 두개를 동시에 손에 쥐기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오마이뉴스 / 김태경 기자 200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