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구려고분 방치땐 심각한 문제"

"북한의 고구려고분 보존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방치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 생할 수 있습니다."

무니르 부시나키 유네스코 문화담당 사무총장보(61)가 문화재청 주최로 27일까지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리는 '고구려고분 보존과 관리'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부시나키 씨는 유네스코 총장을 대신해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록증을 전달하고자 지난 19~23일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평양에서 북한 문화상을 비롯해 유네스코 북한위원회 총장, 이의화 북한 고구려고분 보전담당 부국장 등 관계자들을 면담했다고 한다. 또 동명왕릉 강서 삼묘 덕흥리고분 등 평양 인근의 고구려 고분을 둘러봤다.

"고분 주변 환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고분 주위에 건물 신축을 제한해 보존을 위한 완충지대가 형성되기 쉬운 상태였고, 기술자들과 전문가들의 자부심도 대단했습니다. 일부 고분은 보존을 위해 향후 몇 년 간 개봉하지 않기로 합의된 상태였습니다."

부시나키 씨는 그러나 주변 환경과 달리 북한의 고구려 고분 자체에는 간과하기 힘든 몇몇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북한이 고분을 보존하기 위해 취해온 조치들이 오히려 새로운 손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 그는 고분 내의 높은 습도 때문에 내부 벽화들이 훼손 위기를 맞고 있는 약수리고분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북한은 70년대 최신 방법이었던 실리콘 기법을 통해 습기로부터 벽화를 보호하려 했습니다. 실리콘 기법이란 벽화 위에 실리콘을 덧바르는 것인데, 최근 들어서는 부작용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실리콘과 벽화 사이에 밀폐된 공간이 생기면서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자라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는 "고구려고분을 보존하기 위해 북한이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만큼 확실한 사실은 없을 것" 이라며 "고구려고분 보존은 경제력과 기술력, 자원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인 만큼 남한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라고 말했다.

부시나키 씨는 "북한이 남한의 지원에 거부감을 가져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번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남한 문화재청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10만달러씩 지원하는 북한문화재보존 신탁기금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남북 협력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그는 "고구려고분은 고구려 사회에 대한 무한한 정보를 지니고 있는 무언의 기록인 동시에 잘 보존되어 있는 동아시아의 문화유산" 이라며 "이를 조사ㆍ연구 ㆍ보존하는 것은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의무" 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 노현 기자 200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