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대첩 고구려, LA축제 인기 '짱'

고구려 전투복장(갑옷)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축제에서 관광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LA 인근 샌퍼난도 밸리 한센 댐 파크에서 23일 열린 2004 세계기마병 페스티벌에 LA총영사관(총영사 이윤복)이 선을 보인 살수대첩 당시 갑옷이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 고구려 알리기에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고구려를 아시나요' 영문 홍보물과 함께 영양왕 23년(612년) 을지문덕 장군이 중국 수(隨) 양제를 격퇴시킨 이야기 등 고구려의 전승기록을 소개한 특별 부스를 찾은 인원은 약 1천명.

관광객 대부분이 동북아 한쪽 끝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가 '골리앗' 중국을 잇따라 물리쳤다는 역사적 사실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내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몰린 LA의 특성을 살려 스코틀랜드, 멕시코 등 말( 馬)과 관계있는 풍물이 소개됐으나 '고구려를 아시나요'는 단연 압권.

신디 몬타녜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39지구)은 KBS 아트비전의 협찬으로 공수, 전시된 사극용 고구려 갑옷을 입어 본 뒤 "놀랍다. 한국이 이미 5-6세기에 훌륭한 기마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갑옷도 너무 훌륭하다"고 말했다.

빅토르 쿠에바스 보좌관 역시 "20여개 부스가 설치됐으나 코리아 국호가 이미 1 천390여년 전 고구려에게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며 감탄 해했다.

(연합뉴스 / 김용윤 특파원 2004-10-24)

브라보 고구려! 브라보 을지문덕!

“고구려는 한국의 고대국가의 하나로, 5세기때 동아시아의 4강국의 하나였습니다. 을지문덕이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24일 오후 2시쯤. LA 다운타운 북쪽으로 20마일 거리에 있는 ‘깁슨 랜치’. ‘세계 말의 날’을 맞아 LA 총영사관에서 설치한 고구려 부스에서 한 미국인이 부스를 찾은 다른 미국인에게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프릿츠가 우리의 옛 장수복을 입은 뒤 태권도를 하는 시늉을 해보이고 있다. 어설프긴 하지만 부스 주변 참석자들과 관중들은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이 지역 주민인 프릿츠 브론너씨(50)는 설명을 계속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고구려왕국을 중국의 역사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 아는 것이다. 고구려는 한국 고대국가의 하나라는 것이 중국역사책에도 나와 있다...” 이쯤 되면 우리의 ‘고구려 홍보’가 만점이라는 생각이다. 왜냐면 홍보관이 고구려 부스를 찾은 프릿츠에게 ‘고구려 역사’를 10여분간 ‘교육’했고 그가 부스를 찾은 다른 미국인들을 위해 ‘자동으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날 행사는 LA시의회가 ‘세계 말의 날’을 맞아 올해로 세 번째로 주최하는 ‘기마병 축제의 날’ 행사. LA 근교에서 말을 직접 키우거나 사랑하는 LA 시민 2000 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홍보관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KBS 아트비전으로부터 고대 옛 장수 복장을 빌린 뒤 주최 측에 그냥 전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을 그냥 두고 만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KBS 아트비전측에 우리의 고대 옛 장수 복장 남여 1벌을 협찬하도록 공문을 띄웠다. KBS 측에서도 흔쾌히 응해줬다. 국가홍보를 위해 여념이 없는 홍보 일선의 총영사관을 위한 ‘무료’봉사였다.

다음으로 고구려 역사를 리뷰한 뒤 영문 배너를 제작했다. 모두 3개의 배너를 준비했는데, 처음 것에는 고구려 전성기 때인 5세기 때의 한반도 지도를 준비했다.

이 지도에는 동해를 빼놓지 않고 East Sea로 표기했고 울릉도를 ‘Usan’으로, 제주도를 ‘Tamra’로 써 넣었다. 독도(Dokdo)도 빼놓지 않았다. 두 번째 것에는 고구려의 약사를 기록했다.
고구려는 5세기 때 전성기를 누렸고 당시 동아시아 4강국의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인가’라는 제목과 ‘NO’라는 답변과 이유를 제시했다. 물론 ‘을지문덕은 누구인가’고 잊지 않았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지략을 갖고 수나라 군 1백만여명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는 점도 강조됐다. 마지막 배너에는 한국이 기마민족이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고구려 벽화사진을 스캔해 만들었다. 영사관 인력도 동원됐다. ‘고구려 전사’들이 동원되어 이날 ‘세계 말의 날 축제’에 ‘고구려 부스’는 장사진을 이뤘다.


24일 LA근교에서 열린 ‘세계 말의 날 축제’의 ‘고구려 부스’에서 신디 몬타네스 주 하원의원(왼쪽)과 빅토르 쿠에바스보좌관(오른쪽)이 한국의 옛 장수복장을 입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의 옛 장수 복장을 보기위해 부스에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제작한 ‘고구려 홍보’ 배너에 대한 주류 지역언론의 관심도 적지 않았다. ‘데일리 뉴스’등을 비롯한 신문 방송사 기자들이 소문을 듣고 우리 부스를 찾았다. 미국인들은 고구려 왕국의 을지문덕 장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수나라군 1백만명을 평양근처에서 유인해 괴멸시켰다는 내용이 중국 역사책에 나와 있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고구려 부스를 찾은 신디 몬타네스 캘리포니아 39지구 주 하원의원은 우리 옛 장수 복장을 직접 체험해보길 원했다. 그녀는 보좌관과 함께 옛 군복을 입고난 뒤 “엄청나게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다. 활동하기에 좋았겠다. 큰 승리를 거둘만 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한 지역주민은 옛 장수 복장을 입고 태권도를 하는 시늉을 해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오전 11시 30분쯤. 세계 각국의 기마병 의상쇼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 나왔다.
“오늘 특별 게스트가 출연합니다. 한국의 총영사관의 영사가 고대 한국의 옛 장수가 입는 기마복장을 하고 여러분에게 나타날 것입니다. 여러분, 한국의 영사를 소개합니다...”

홍보관은 이윽고 고대 장수복장을 챙겨 입고 준비한 말에 올라탄 채 나타났다. 생천 처음 타보는 말이지만 당당해야겠다고 생각하자 무섭지는 않았다. 말은 매우 영리해 초보자가 탔는데도 오히려 안정감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마였다. 쇼 경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박수가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도 흘러나왔다. “이때 칼도 차고 있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이 고구려를 아느냐”라며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손을 흔들고 김치-김치- 하며 어깨가 아프도록 손을 흔들어 댔다.
20여개국 기마복장이 선보인 이날 축제에서 홍보관이 우리의 옛장수 복장을 입고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홍보관이 말을 타고 경연장을 도는 동안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가 준비해 준 원고도 읽어 내려갔다. “한국의 고구려시대 장군 복장입니다. 5세기에서 13세기까지 옛 한국의 군인들이 즐겨입던 복장이랍니다. 특히 고구려는 한국의 고대 왕국의 하나로, 5,6세기에는 중국의 수나라와 함께 동아시아 초강대국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홍보관이 마부가 동원된 말을 타고 장내를 도는 동안 우리의 고대 여군복장을 한 도우미도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장내아나운서는 한국의 을지문덕 장군이 입었던 옷을 입어보고 싶은 사람은 고구려 부스로 찾아가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기마병들의 의상 쇼가 끝난 뒤 사람들이 부스로 다시 몰려들었다.
홍보관은 고구려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한 왕국이었다는 것과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이야기를 계속 해댔다. 총영사관 도우미들은 아이들이 장군복장을 입어보고 싶어 하자, 사이즈가 맞지 않아 난처해하면서도 입혀 주며 즐겁게 해주었다. 40대로 보이는 한 미국인이 홍보관을 찾아왔다.
오는 12월12일 샌퍼난도 밸리 퍼레이드에 ‘을지문덕 장군 복장’을 입고 참여해달라는 초청이었다. 그는 벌써 고구려를 알았고, 을지문덕을 알았다. 효과 만점이었다. 홍보관은 “참석해보도록 노력하겠다”며 은근히 빼는 척하며 승낙했다. 코리아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서 흐뭇했다.

이날 행사는 스코틀랜드, 멕시코, 독일 등 각국 기마복장이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우리의 옛 기마복장이 ‘압권’이었다. 매우 과학적이고 활동적이며 안전하게 만들어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였다. 홍보관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보다 체계적으로 행사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석한 많은 미국인들이 전시한 고구려 시대 철갑기병 그림을 보고는 기마병 뒤에 꽂힌 ‘깃발’을 설명해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만큼 섬세한 홍보 수요자였다.

(국정브리핑 / 유민 홍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