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장관 "간도협약 법리적으로 무효"

▲ 22일 간도되찾기 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외교부가 간도협약 무효선언을 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경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간도협약은 법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무효"라고 대답했다.

이성권 한나라당 의원이 "간도협약을 국제법적으로 무효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 반 장관은 "그러나 법리적으로 무효라고 해서 간도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간도협약문제와 간도 영유권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이러한 입장이 현재의 한·중 관계에 새로운 사안을 발생시킨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국제정세 현실상 우리가 간도문제를 외교적으로 제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간도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이날 오전 국감에서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 외교부는 지난 1998년 조약국 주도로 특별팀을 구성해 이미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법률적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반 장관은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간도문제는 법리적으로 볼 수도 있고 국제정치적으로 볼 수 있는 등 복잡한 요소가 있다"며 "이 문제의 정확한 고증을 위한 역사자료 수집과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히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최근 정부의 이런 태도는 간도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이전에 비하면 조금 더 나간 것이다.

이날 여야를 가리지않고 의원들은 간도협약이 무효임과 외교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 간도문제 전문가인 인천대 노영돈(국제법) 교수가 참고인 자격으로 의원들의 질문에 보충 답변도 했다.

지난 9월 3일 의원 59명의 서명을 받아 '간도협약의 원천적 무효 확인에 의한 결의안'을 발의했던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간도 문제에 관한 학자들의 논문과 국회에서의 논의 내용, 언론기사 등의 자료를 모아 만든 <간도백서>를 배포했다.

김 의원은 백서를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 역사 왜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북방영토에 관한 배타적 연고권을 주장하고 간도를 중국 땅으로 고착화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적 침략"이라고 규정했다.

정문헌 의원은 "일본은 매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구상서(口上書)를 우리 외교통상부에 보내고 있다"며 "우리도 즉각 중국에 간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구상서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최악의 경우 북한 붕괴시 북한 땅을 두고 우리와 중국이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학원 자민련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가 노골화되고 있는만큼 영토문제를 총괄할 전문기구를 하루 빨리 갖춰야한다"며 "수세적 대응에서 탈피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성권 한나라당 의원은 "간도협약은 국제법적으로 무효며 이를 근거로 간도를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새로운 협정의 체결이나 현안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노영돈 교수는 "국제법상 강박에 의해 체결된 조약은 무효인데,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아간 을사조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간도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특히 을사조약은 고종 황제의 비준도 받지못했기 때문에 아예 성립자체가 안되는 조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간도는 당시 대한제국과 청나라의 문제인데 간도협약은 제3자인 일본과 청나라가 맺은 것"이라며 "국제 조약법상 제3국에 대한 법적 효력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제국에는 아무 효력이 없다"고 부연했다. 노 교수는 "1962년 북한과 중국의 국경협정에서 간도를 중국 영토로 인정했지만 이 협정은 유엔에 보고되지도 않았다"며 "따라서 통일 한국이 이 협정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역사적 응고이론도 있고 사실상의 점유이론도 있기 때문에 간도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제기해야한다"며 "일부에서 신중론을 얘기하고 있으나 국내에 간도문제에 대해 제대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은데 신중론을 펴는 것은 옳지못하다"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 김태경 기자 200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