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영토논쟁, 본격 시작되나

▲ 중국 청나라가 1719년 만든 '황여전람도(皇與全覽圖)'의 동판을 이용해 유럽에서 출판한 '보곤디(R. de Vaugondy·1750년) 지도.
당시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이 압록강과 두만강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김우준 교수 제공.

우리 정부가 1909년 중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간도 협약이 무효라는 입장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정부가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지난 2002년부터 동북공정을 시작한 핵심 목적이 결국 간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큼 이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13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 7권 186쪽 '1909년 청나라와 일본의 간도협약' 내용 마지막에 "우리 정부는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조약이 강박에 의해 체결된 무효조약인 만큼, 이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한 1909년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함"으로 돼있다.

지난 9월3일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59명이 간도협약이 원천무효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비 정부차원에서의 주장은 많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렇게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외교통상부는 국감 자료를 배포했다가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지난 12일 거둬들였다. 대신 새로 배포한 자료에는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간도문제는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는 아주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로서, 신중히 다뤄나가야 할 문제"라는 입장만 남겨뒀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간도협약이 무효라면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은 최소한 백두산과 두만강 북쪽, 현재의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이 한국의 영토라는 게 된다.

최근 국내 학계에서는 북한 신의주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丹東), 이 곳에서 서북쪽으로 50㎞ 지점에 있는 펑황(鳳凰. 고구려의 오골성이 있는 곳) 등 랴오닝성 선양 및 신빈 이남을 서간도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따라서 국감자료에서 드러난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면 현재 남 만주 일대가 한국의 영토라는 인식이 가능하다.

"한국정부가 이런 입장 밝힌 것은 해방 이후 처음"

간도협약의 무효화 주장은 국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지난 1995년 10월20일 김원웅(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는 간도협약 무효선언을 하고 그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총리의 의견은 무언인가"라고 물었다. 국회차원에서 간도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 16대 국회에서도 여야의원 19명이 간도협약 무효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임기 말이어서 국회가 폐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다 지난 9월3일 여야의원 59명이 다시 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난 9월말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원웅 의원은 "국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1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토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특히 남북 통일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지금 쟁점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백산학회가 꾸준히 간도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지난 6월에는 간도학회가, 7월에는 '간도 되찾기 국민운동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김우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이렇게 간도협약의 무효와 원칙을 밝힌 것은 1945년 해방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교부가 국감자료를 배포했다가 나중에 수거했지만 의미가 남다르다"며 "새로 배포한 자료에서 '간도문제는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는 아주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로서, 신중히 다뤄나가야 할 문제'라고 언급한 것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 한국 정부는 간도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북공정 핵심은 간도... 중국 반응 관심

이제 중국 정부의 반응이 상당한 관심거리다.

현재 외교가에서는 지난 8월 방한했던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행보에 대해 민감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우 부부장은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 한국과 5개항의 구두합의를 했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 부부장이 "남북한 통일 이후에도 절대 간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국이 할 것과 이를 문서로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간도문제는 비 정부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이라며 중국 쪽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당시 구두양해에 대해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간도문제를 들고나왔다면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이 서면합의를 해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는 반대의 평가를 했다.

지난 9월에 만난 한 중국 학자는 "지난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간도협약 무효화 얘기가 국회에서 나오자 중국 정부 내부는 벌집쑤신 듯했다"며 "특히 군부에서는 '한국이 전쟁하자는 얘기'냐며 크게 반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www.chinaborderland.com)에 공개된 동북공정의 연구과제를 봐도 중·조(中·朝) 관계사연구, 중국 동북변경 및 러시아 원동지구의 정치·경제 관계사 연구, 동북변경의 사회안전 전략연구, 조선반도 형세 변화 및 이의 동북지역 안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 이다.

연구과제에 고대중국 영토 연구, 동북 지방사 연구, 동북민족사연구, 고조선·고구려·발해사 연구 등이 있지만 이것도 결국은 영토문제에 있어 중국 쪽의 논리를 뒷받침하기위한 연구다. 영토문제는 결국 간도문제다.

(오마이뉴스 / 김태경 기자 200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