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마리 코끼리에 낀 작은 동물"

◆ 제5회 세계지식포럼 ◆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ㆍ미 관계보다 한ㆍ중 관계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폴 케네디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외교 강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불확실하며 특히 미국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외교노선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할 수 있다고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시가 재집권하면 신보수주의 노선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이라며 "북핵 문제와 유럽 정책도 일방적인 노선보다는 다자간 협력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네디 교수는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사례를 들어 "비스마르크도 집권 10년째부터 절충형 정치인으로 변화를 시도했다"며 "부시 대통령도 비난을 받았던 집권 1기와 차별된 정책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네디 교수는 "케리 민주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관리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단행하면 민주당 정부가 상ㆍ하원과 보수적인 언론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강도 높은 압박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네디 교수는 한반도 통일 전망과 관련해 "미국 행정부는 한반도 통일 형태와 통일 이후 정책 변화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며 "특히 통일 이후 미국을 제외한 무역, 정치 블록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미국이 독일 통일에 반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한반도 통일에도 반대 할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가 통일되면 지난 50년 동안 이 지역에 투입됐던 미국의 군비 지출도 상당히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교수는 "한국은 인구ㆍ경제력에서 스페인이나 폴란드와 비슷하지만 지리적으로는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강대국(코끼리)에 둘러싸인 작은 동물에 비유했다.

그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높은 투자율과 교육열, 첨단 연구기술력, 시장개방과 국제경쟁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반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분쟁 가능성은 2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상당 부분 약해졌지만 해당 지역과 교역하는 국가나 투자하는 기업은 언제나 지역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 채수환 기자 200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