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지키기 활기띤 시민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고구려사 지키기 활동이 불길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지난 7월 이후 고구려역사지키기범민족시민연대와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국학운동시민연합,고구려벨트,활빈단 등 시민단체들은 규탄집회와 문화행사,서명운동,사이버 시위 등을 통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포기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고구려사 지키기 운동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운동 확산… 中대사관 앞 항의 삭발도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부각된 것은 지난 7월19일.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대표 이상민,historyworld.org)와 국학운동시민연합(대표 이근철) 대표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삭발을 한 뒤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11∼19일에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항의, 전국 각지에서 시민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국학운동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시민들은 지난달 11일 경남 마산과 전남 순천에서 각각 출발, 대전을 거쳐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 T셔츠와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三足烏·세발 까마귀), ‘깨어나라 고구려의 영혼이여’라는 깃발을 들고 전국을 달렸다. 광화문 행사에서는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구려 무용공연과 국민화합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흥사단과 독립유공자유족회, 민족문화연구원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구려역사지키기범민족시민연대(대표 박원철)도 지난 8월27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규탄 집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고구려 연구재단을 통해 각종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고구려벨트(대표 정민수)는 토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고구려지키기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일로 두달째에 접어드는 이 행사에서는 그동안 시민 25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연말까지 서명받은 뒤 규탄성명서와 함께 중국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고구려벨트는 남인사마당에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규탄하는 대형 구조물도 세웠다.

‘삼족오’ 상품화·CD 무료배포

고구려 문화를 찾아내 되살리자는 운동도 활발하다.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등은 고구려 전통무예와 제천의식 재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고구려의 역사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구려벨트는 고구려의 상징물인 ‘삼족오’를 문화상품화해 시민들에게 보급키로 했다. 이 단체는 연말까지 휴대전화 줄과 목걸이,귀고리,양말 등 각종 소품에 고구려 상징물을 새겨 보급할 계획이다. 국학운동시민연합도 고구려 얼찾기 유적지 답사를 한 데 이어 고구려 유물·유적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와 CD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흥사단은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공원에서 어린이들의 역사의식 고취를 위해 ‘고구려지키기 어린이 다짐대회’를 열었다.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74년 교수와 의사, 법조인 등 100여명으로 구성된 영락회도 고구려사 바로알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역사전공 교수 40여명은 지난달 ‘역사문화연구센터’를 만들어 고구려 등 고대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뒤 학술대회를 통해 역사 바로 알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과 전교조는 고구려사 바로알기 특별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총은 역사왜곡 시정을 위한 교사모임 구성 및 지원,한·중·일 교원단체간 역사교육 관련 학술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네티즌 사이버홍보 강화

인터넷에서도 고구려 지킴이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8300여명의 네티즌이 참여하는 ‘고구려 지킴이’(cafe.daum.net/Goguryeoguard)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고구려 지키기 활동을 홍보하는 등 사이버 상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네티즌들이 개천절을 앞두고 서울 인사동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청년단군이 봉행하는 제천행사’를 통해 고구려 동맹의식을 재연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단장은 지난달 1일 충북 충주시 가금면 용전리 ‘중원고구려비’ 앞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홍 단장은 오는 18일부터 고속철도(KTX)를 타고 고구려사 지키기 전국순회에 나서는 한편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과 만리장성에서 고구려사 수호 시위를 벌여 국제여론을 환기시킬 예정이다.

이근철 국학운동시민연합 대표는 “중국의 역사왜곡은 신중화주의와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이 주변 나라들과의 평화·우호관계를 깨뜨리는 위험한 행위”라면서 “국민의 힘을 결집해 중국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수 고구려벨트 대표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국민들에게 친숙하지 않는 1700년 전 고구려의 문화를 널리 보급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면서 “중국이 역사왜곡을 포기할 때까지 규탄집회와 서명운동을 펼쳐 나가겠다. ”고 다짐했다.

(서울신문 / 조현석 기자 200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