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역사 너무 모른다

“고구려는 한민족 첫국가” 30%…“발해는 당 속국” 16%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우리나라 고교의 역사교육 실태를 보여 주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이 지난달 전국의 고교 1학년생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국사와 세계사 관련 정보를 얻는 통로로 ‘학교수업’을 첫째로 꼽았다. ‘언론’, ‘책’, ‘인터넷‘ 등은 학교수업보다 순위가 뒤졌다. 하지만 ‘국사 수업시간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54.2%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학생들은 ‘역사 지식이 부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교수업에서 중요하게 배우지 않아서’(14.2%)라거나 ‘교과서 내용이 부실해서’(13.4%)라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매우 기초적인 역사지식을 묻는 문항에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같은 설문지에서 ‘고구려는 한민족의 첫 국가이다’라는 문항에 70.2%가 ‘틀리다’고 제대로 답했지만, ‘맞다’는 응답도 29.6%나 나왔다. 또 ‘발해는 당나라의 속국’이라는 문항에 16.4%, ‘중국문화 영향 하에서 일본·한반도·인도가 형성됐다’는 문항에도 23.6%가 ‘맞다’고 답했다.

이밖에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한국 일본 사이 영해의 정확한 영어지명은 Sea of Japan이다’는 문항에도 비록 소수지만 ‘맞다’고 답한 학생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현직 역사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해 온 바로는 그런 설문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설문방법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설문결과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해도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역사의식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은 사실이라는 것이 역사교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로 역사수업 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들었으며, 이는 앞의 설문에서 학생들이 응답한 것과도 같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사무국장인 부천 중흥중 조한경(40) 교사는 “중학교는 1학년에 국사가 아예 없고, 2학년 1시간, 3학년 2시간뿐이며, 고교는 1학년 때까진 국사가 있지만 자연계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역사를 전혀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그 시간 안에 두꺼운 교과서를 다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밀도있는 수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 국장은 “이런 여건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과 지식을 갖도록 이끌기 위해선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며, 학생들 스스로도 학교수업뿐 아니라 여러 매체를 보면서 바른 역사관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끌어내기 위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학생들이 바로 보게 하기 위한 수업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자료를 활용해서 수업을 했던 서울 인창중 이강무 교사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소극적 태도를 반성하게 됐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역사문제에 좀 더 적극 대응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은 고구려사 등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사이트로 고구려연구회(koguryo.org),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prkorea.com), 국사편찬위원회(goguryeo.history.go.kr), 관련 블로그(blog.naver.com/yobayoba.do) 등을 들었다.

(한겨레신문 / 신일용 객원기자 200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