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축구 응원 "고구려는 우리 것" 눈길  

9일 오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에 세계청소년축구대회 결승전이 열린 쿠알라룸푸르 체라스 경기장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온 지 몇 달 안되었지만, 결승전만큼은 꼭 가보겠다는 각오로 서둘러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응원단에서 마련한 입장권 500장은 이미 한 시간 전에 동이 난 상태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표를 사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본부석 맞은 편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들과 "작지만 자랑스러운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플래카드, 그리고 붉은 옷을 입고 미리 응원연습을 하고 있는 한국 관중들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타이에서, 싱가포르에서 달려온 열혈 관객들도 있고,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보입니다. 일을 하는 교민들은 한인회를 중심으로 버스를 대절해서 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KL한인선교교회, KL열린교회, 연합교회 등 한인교회들은 교회 봉고차를 총동원해 교인들과 주민들을 수송하기도 하고, 통일된 복장과 플래카드 등으로 경기 분위기를 미리 북돋기도 했습니다.

암빵 지역 자경회와 한인축구동호회가 주축이 된 응원단은 한국에서 온 붉은악마 응원단과 함께 경기 내내 신나는 응원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습니다.

중국에서 삼천명이 응원하러 왔다더라, 중국계 말레이인들이 많이 참여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있어 충돌을 우려한 교민사회에서는 가급적 중국 관중들과 붙어 있지 말 것과 쓸데없이 감정을 내세우지 말 것을 미리 관중들에게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중국 관중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관람석이 붙은 자리에서 경기 후반에 한 중국인이 한국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어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것 이외에는 큰 문제가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오래 거주한 한인 학생들은 중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서로 중국어로 잠시 설전이 벌어졌는데 경찰이 바로 와서 그 중국인을 데리고 나갔다고 합니다.

▲ '고구려는 우리 것이다!'라는 플래카드를 가져온 학생들

전반전에 첫 골이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플래카드가 하나 펄럭였습니다. 린찌와 린나이 대학에서 온 한국 학생들이 제작한 플래카드에는 "고구려는 우리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플래카드를 제작한 한민호군은 "요즘 중국이 자꾸 우리 땅 고구려를 넘보는 것에 분노해 대 중국전에서 이 플래카드로 골 세리모니를 하려고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응원을 이끌던 이는 "작지만 강한 나라,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외칩시다"라는 멘트로 교민들의 가슴을 사로잡았고, '아리랑', '오! 필승 코리아' 등 월드컵 때 익숙했던 다양한 구호와 노래들을 경기 시간 내내 외치고 부르며 뜨겁게 응원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2대 0 이라는 멋진 결과를 보여주며 우승으로 화답해 너무나 감격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현지 경기도 어렵고 한국에서 들려오는 좋은 소식이 별로 없어 늘 우울했던 한인 사회에 이번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아래 한인들이 다시 한 번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현지에서 공부하는 한국 청소년들은 자신의 친구들이 보여준 모습에 한국이라는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먼 이국 땅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내 가슴에는 자랑스런 대한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한국인으로써의 자긍심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싸워준 한국 청소년 축구 대표팀 선수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마이뉴스 / 김해영 기자 2004-10-10)

中언론 "이것밖에 못하나" 분노

90분간 한국에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중국 청소년팀에 대한 중국 언론의 비판은 분노에 가까웠다. 공한증(恐韓症)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 신화통신(新華通信)

중국축구가 처방한 진통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성인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대표팀 역시 자신만만했다. 중국축구 역사상 돌파구를 만들어내겠다고 단단히 맹세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되돌아온 것은 유감뿐이었다. 이번에도 중국축구는 20년 숙적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청소년팀이 지난 2년간 친선경기에서 한국을 네 차례 이기며 20년간의 ‘공한증’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한국과의 격차가 줄기는커녕 한발 더 벌어진 듯한 느낌을 줬다.

▲ 광저우일보(廣州日報)

차이가 너무 컸다. ‘공한’은 여전히 계속됐다. 중국팀은 동팡주어를 스트라이커로 내보냈음에도 공격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 미드필드의 견고한 진영은 중국팀의 공격 루트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 해방일보(解放日報)

공한증을 앓는 나이가 젊어졌다. 중국은 청소년들에게는 ‘공한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한증’은 중국 청소년팀 가운데도 퍼져 있었다. 10명의 지치지 않고 뛰는 한국 선수들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무쇠다리’의 위력을 절절히 느끼게 했다.

(조선일보 2004-10-10)

청소년축구 '이제는 네덜란드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라크와의 첫 판서 0-3으로 참담하게 무너졌고, 우즈베키스탄, 일본과의 경기서 전반에 잘 하다가 후반에 밀리는 경기를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제 한국은 눈을 한 단계 더 높여 세계 무대를 바라봐야 한다. 내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2005년 6월10일~7월2일) 본선에 초점을 맞춰 많은 것을 보강해야한다.

▶ 공격 루트 더 다양화하라

이번 대회서 한국 공격은 박주영에게 많이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주영은 이번 대회서 6골을 터트려 한국 득점 11점의 절반 이상을 해냈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본선에서 상대팀 수비수들이 박주영을 집중마크할 게 틀림 없기 때문에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인 김승용이나 백지훈, 백승민, 조원광 등 2선 선수들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개발해야한다.

▶ 체력 훈련 더 하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 개막 1년 6개월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을 맡은 후 강한 체력 훈련을 하자 일부에서는 "무슨 체력 훈련을 저렇게 많이 하느냐. 선수들 지쳐 쓰러지겠다"면서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공포의 깔데기'를 놓고 실시한 체력 훈련은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르는데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 게 사실이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전반 선전, 후반 졸전'의 패턴을 반복했다. 물론 후반전에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모두 체력 저하로 온 것이다.

남은 기간 체력을 더 강하게 다지고 청소년선수권대회 본선에서는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전후반 적절히 안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골 결정력 보완하라

A대표팀, 청소년팀 할 것 없이 모든 대회 때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이 바로 골 결정력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골 결정력을 단숨에 보강하기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개막되기 까지는 8개월간의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는만큼 침착하게 마무리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 포백 조직력 다져라

센터백 콤비 김진규와 이강진이 이끈 한국의 포백 라인은 몇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실점을 내주고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전환하는 과정에 순간적으로 수비수들이 엉키거나 빈 공간을 내주는 실수를 범했다.

한국이 본선에서 만날 유럽, 남미, 아프리카의 강호들은 아시아권 선수들보다 훨씬 무서운 골결정력을 지닌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 정교한 패싱 게임 능력 보강해야

국제축구에서 패스의 정확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짧고 빠르게 연결되는 '숏패싱 게임'이 국제축구의 흐름이다.

'유로 2004 공식 리포트'에 따르면 체코, 포르투갈, 프랑스 등 높은 숏패스 성공률과 볼 점유율을 보인 국가들이 경기를 지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번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패스의 조직력이 살아난게 사실이지만 그 정도 패싱력으로는 유럽, 남미의 강호들과 맞상대하기는 힘들다.

▶ 조직력 다지기 위해 대표팀 소집 기간 늘여라

대표팀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현재보다 소집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번 청소년 대표팀은 대회 열흘 전 소집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지만 대회 초반에 선수들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 크게 고전했다.

조별리그 3경기서 졸전을 벌인 끝에 8강전인 우즈베키스탄전부터 약간씩 조직력이 살아나기 시작해 중국전에서 꽃을 피웠다.

프로축구를 살리기 위해 일반 친선경기 때는 절대 소집기간을 오래 잡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FIFA가 주최하는 국제 타이틀이 걸린 대회를 위해서는 소집 기간을 더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 유럽, 남미팀들과 자주 평가전을

한국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유럽과 남미의 벽을 넘어야한다. 이 팀들과 자주 평가전을 가져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

▶ 무턱대고 비난하지 말고 애정어린 비판을 하자

대회 초반 한국이 이라크에 0-3으로 나가 떨어지고 태국과 졸전을 하자 박성화 감독을 비롯한 선수, 축구협회에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팬들이 비판을 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들 중 극히 일부는 단순히 '비난을 위한 비난'을 쏟아부은 경우도 있었다.

이제 아시아 예선은 다 끝났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박 감독이나 선수들이 혹 잘못한 것이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식 비난' 보다는 '애정어린 비판과 충고'를 계속 해주는 게 필요하다.

(폭탄뉴스 200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