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한글바탕으로 문화강국 창출"

이해찬 국무총리는 9일 제558돌 한글날 기념식에 참석, 선현들의 높은 뜻을 이어 받아 한글 발전에 애쓴 훈ㆍ포상자들을 치하했다.

이 총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유네스코가 세계의 문맹퇴치에 애쓴 공로자들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바로 ‘세종대왕상’임을 상기하고 한글과 세종대왕의 의의가 이미 한국인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 세계에는 ‘한류 열풍’이 불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고 한국인의 독창적인 문화 역량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세종대왕께서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이 문자로 서로 통하지 못하므로’ 새로 한글을 창제하심을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이것이야말로 최근의 역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또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 체제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한글의 우수성을 또 한번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공통의 언어, 공통의 문자, 공통의 문화를 바탕으로 민족의 힘을 한데 모아 남북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화 시대의 도전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21세기 최고의 문화 민족, 문화 강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내외 동포 여러분! 그리고 영예에 빛나는 오늘의 훈・포상자 여러분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세종대왕과 우리의 선조들께서 한글을 만들어 세상에 널리 펴신지 오백 쉰 여덟 돌이 되는 날입니다. 또한 일제하 어둡던 시절에 우리 선각자들께서 한글날을 처음 기념하신지 일흔 여덟 해가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한글날은 세계 어느 나라의 기념일이나 명절과 견주어 보아도 참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세계의 나라들을 보면, 국가의 독립일이나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날은 많지만 나라의 문자 창제를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뿐입니다.

더구나 그 문자는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매긴 세계문자들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빛나는 문자입니다.

오늘 국내외 동포 여러분과 함께 한글날의 자랑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선현들의 높은 뜻을 이어 받아 한글 발전에 애쓰신 훈・포상자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글날을 맞아 저는 다시 한번 우리 선조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집현전의 학자들을 위시해서 한힌샘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많은 위대한 선현들이 계시지만 그 누구보다도 고마우신 분은 바로 세종대왕이십니다.
‘대지’라는 소설을 썼던 펄벅 여사가 세종대왕을 가리켜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했다 합니다. 그러나 그 창의력이나 과학정신, 그리고 후세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아무리 서양사상 최고의 천재인 다빈치라 해도 세종대왕과 비기기에는 부족함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을 기리는 마음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유네스코가 세계의 문맹퇴치에 애쓴 공로자들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바로 ‘세종대왕상’입니다. 이는 한글과 세종대왕의 의의가 이미 한국인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국내외 동포 여러분!

세계화 시대를 맞아 많은 분들이 영어 배우기를 권장하고 심지어 영어의 공용화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모두 의미가 있는 말씀이고 또한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국어를 익히고 사용하는 것도 모국어의 든든한 뿌리가 있을때 진정한 실력이 되는 것입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여야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더구나 우리의 한글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문자입니다.

우선 쉽습니다.
정인지는 한글을 가리켜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이 지나기 전에 깨우칠 것이요.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이면 배울 것’이라 하였습니다.

중국어를 하기 위해서는 4만자를 알아야 하지만, 한국어를 표현하는 데에는 스물 네 자면 충분합니다. 또한 쉬우면서도 어떤 언어도 따라올 수 없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 표현에 있어 일본어가 300개, 한자가 400개 수준인데 비하여 한글은 무려 8천800개를 표현할 수 있다 합니다.
또한 1만 2천 7백 68자의 소리값을 가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자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나아가 한글은 자주적인 문자입니다.

세종대왕께서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이 문자로 서로 통하지 못하므로’ 새로 한글을 창제하심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최근의 역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독창성이나 과학성, 실용성은 세계 그 어느 문자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나아가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 체제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한글의 우수성을 또 한번 증명해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내외 동포 여러분!

최근 전 세계에는 ‘한류 열풍’이 불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독창적인 문화 역량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샘이 깊은 물이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바다로 나아가듯, 우리가 한글이라는 깊은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온 국민의 문화 역량을 한데 모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통의 언어, 공통의 문자, 공통의 문화를 바탕으로 민족의 힘을 한데 모아 남북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화 시대의 도전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21세기 최고의 문화 민족, 문화 강국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오늘 오백 쉰 여덟번째 한글날을 계기로 동포 여러분 모두 한글과 한국어가 우리 민족을 한데 묶는 거멀못이 되고, 문화발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국정브리핑 2004-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