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만 있으면 그 민족은 영원하다"

"언어만 있으면 그 민족은 영원하다" 김동소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일부 '영어 공용화' 주장 위험한 발상
고구려어-신라어 비슷 '한민족 증거'

"미국의 한 인디언 추장이 '우리가 살아 남으려면 백인들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영원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모국어를 보존해야 한다'고 했지요. 언어만 갖고 있다면 그 민족은 영원히 살아남습니다.

" 558돌 한글날을 맞아 김동소(金東昭·61)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언어는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를 잃고 2천년을 떠돌던 유대인들이 다시 나라를 세운 것도 종교와 더불어 '언어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온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이 고대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을 대를 이어가며 읽은 덕분에 민족의식이 배양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영어 공용어화에 대해 김 교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려했다.

"지금은 영어가 세계어로 군림하고 있지만 불과 500년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썼던 말은 몽고어였어요. 그 언어를 쓰는 나라의 영향력에 따라 세계 언어의 판도도 변하는 법입니다.

만약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면 앞으로 세월이 흘러 중국어나 러시아어가 세계어가 되면 이들 나라의 말을 공용어로 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 최근 한국과 중국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언어학적으로 명쾌하게 결론내렸다.

그는 "고구려가 우리 조상이 세운 국가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언어"라며 "신라어와 고구려어는 매우 유사한 언어였고, 때문에 두 나라의 백성들은 하나의 민족"이라고 밝혔다.

고구려에 사신으로 간 신라의 김춘추, 신라 선화공주와 사랑을 나눈 백제의 서동 등 각종 사서를 보면 삼국 간 교류에서 통역을 했다는 기록이 한 번도 없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일본 학자들이 20, 30년대 만주국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고구려어와 일본어가 비슷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일본어보다는 신라어가 고구려어와 제일 가깝다"며 "언어로봐도 두 나라는 같은 민족이고, 우리 조상들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국어사와 알타이어학을 연구하는 김 교수는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운 '한국어는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검증이 안된 얘기를 너무 쉽게 단정한 측면이 있어요. 전 세계에서 언어가 1만개 이상되는데 그 중에서 한국어와 가장 가까운 것이 이른바 알타이어족이라고 말하는 알타이 제어(諸語)와 일본어라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 외국의 많은 학자들도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몽고어 만주어 터키어 등도 하나의 계통이 아니라 자주 접촉을 하다보니 서로 언어를 차용하는 과정에서 비슷해진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알타이어족이라는 범주 자체도 부정하는 추세라는 게 김 교수의 얘기다.

'한국어 변천사' 등 10여권의 저서와 논문 60여편을 발표하는 등 국어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김 교수는 9일부터 방송되는 KBS의 다큐멘터리 '위대한 여정 한국어'의 제작 자문에 응하기도 했다.

국어학자인 김동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언어는 그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며 "우리 민족이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우리 말을 지키고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신문 / 이상철 기자 2004-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