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은 정치프로젝트 아닌 학술 프로젝트"

중국 사회과학원 관계자 국내 학술대회서 주장

국내에서 '동북공정'은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기 위한 음모로 진행되는 중국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간주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소장 이길상 교수)가 7- 8일 정문연 대강당에서 '동ㆍ서양 식민지 역사 서술과 민족주의'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는 이 프로젝트 담당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역연구중심 관계자 가 '동북공정'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기관 부주임 리 궈치앙 박사는 8일 '동북공정과 중국 동북사 연구'라는 발표 에서 동북공정은 중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정치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요청과 적극적 참여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학술 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리 박사는 "중국의 특성상 모든 학술활동 지원이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결코 '동북공정'에만 적용되는 특수 사안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에 의하면 중국은 최근 경제 발전에 따라 학술 부문에 대한 지원을 증대하고 있으며, '동북공정' 또한 그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북공정에 투입되는 재정 규모는 1천500만 위안(한화 약 22억 5천만원)이며 이 가운데 동북 3성에서 500만 위안을 부담하고 나머지 1천만 위안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 박사는 이 '동북공정'에서 고구려와 관련된 비중은 낮아, 현재 채택된 95개 과제 중 6개(7.5%)만이 고구려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역사적으로 1970년대까지는 중국에서 고구려 연구가 매우 저조했으며 관점 또한 다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80년대 이후 고구려사 연구가 활발해 졌는데, 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즉, 고구려를 ▲중국고대사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시각 ▲중국사인 동시에 한국사라는 시각 ▲평양천도 이전은 중국사, 이후는 한국사라는 시각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고구려가 중국 변강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는 주장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으나 그것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는 학계에서 토론 중이라고 덧붙였다.

'동북공정' 향후 계획에 대해 리 부주임은 "2004년 6월까지 완성된 과제는 95개 중 40여 개이며 그것들은 책 6권으로 간행된 상태인데 올해 안에 12권이 추가될 것" 이라면서 "시간적인 제약으로 과제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나선 호주 시드니대 반고지 모한 교수는 "동북공정이 정치적 성격을 지녔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역사적 사료나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 200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