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 원자바오 전격 회동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당초 예정에 없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전격 회동, 고구려사 문제와 북핵 6자 회담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 정상은 이 자리에서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 우호 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북핵 문제이 평화적 해결을 위해 상호 노력하자는 입장을 공유했다. 그러나 중국측이 제기한 교역 불균형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8일 청와대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회되는 제5회 아셈 정상회의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7일 밤9시30분(현지시간) 원자바오 총리와 당초 예정에 없었던 한·중 정상회동을 가졌다. 45분간 진행된 양국 정상간 회동에선 북핵 문제, 고구려사 문제 등 현안과 양국간 협력 방안, 교역 불귱형 등 실질 협력 분야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북핵 문제, 원칙론적 언급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4차 6자회담이 조기에 개최돼야 한다며 중국측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원자바오 총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긴요함을 강조하면서 상호노력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4차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셈이다. 이는 6자회담의 9월 개최가 무산되고 나아가 미국 대선 때문에 장기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두 나라 정상이 깊은 논의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짧은 한 차례의 회동으로 6자회담 조기 개최가 성사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회담의 모멘텀을 지속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盧대통령, 고구려史 양국간 합의사항 이행 강조

최근 양국간 현안으로 대두된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 정부간의 구두 양해사항의 성의있는 이행을 통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8월 자칭린 정협주석 방한 때 합의된 양국 정부가 구두양해 사항을 이행하는 데 있어 중국측이 미온적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정우성 외교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양국 리더들 간에는 양해가 되는데 실무선에는 잘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 감정이 안 좋아지니까 이것을 서로 잘 챙겨봐야겠다는 취지로 길게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원자바오 총리는 이 문제로 양국의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가 저해돼선 안된다며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中, 교역불균형 문제 제기

이날 정상회동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양국간의 교역불균형 문제의 시정을 촉구했다. 중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원자바오 총리가 양국간 무역 불균형 시정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에대해 노 대통령은 무역이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중국측의 촉구를 비켜갔다. 노 대통령은 또 “양국간 교역은 확대균형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답했다. 양국간 무역 균형보다는 무역 확대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 중국과의 입장차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또 원자바오 총리의 최근 중국 시장경제지위 인정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지지 요청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양 정상은 이밖에도 양국간 고위인사의 교류와 제반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향후 10대 경협사업의 내실있는 추진과 5년 교역량 1000억달러 목표의 조기실현을 위한 상호노력을 희망했다.

(머니투데이 / 박재범 기자 200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