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고구려, '중국아 우릴 내버려 둬'

"오늘 공연은 영양가 있는 공연은 아니거든요. 해야 할 것 같아서, 정말 해야할 것 같아서 하는 겁니다.… 제발 우리 좀 내버려 두라고요."

포크 가수 손병휘씨가 어렵게 말을 꺼낸 이 무대는 지난 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창작과 실험'(총감독 최창남) 첫번째 공연 '되살아오는 소리 고구려'.

원래는 11월경에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사안이 급박해 일정을 앞당긴 데 대한 미안함을 관객에게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창작과 실험'은 한국민족음악인협회(사무처장 조영신)가 펼치는 시리즈 공연으로 국악과 클래식, 퓨전 등 시도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 주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손씨는 고구려에 대한 갈망이 '국수주의'나 '힘의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제가 고구려를 존경하는 건 영토가 광활해서가 아닙니다. 중국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교역을 했고, 독자 연호를 사용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를 넘본다는 것은 참 나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최측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 창작 공연이 객석을 절반도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이날 공연 좌석은 대부분 관객들로 메워졌다. 게다가, 공연 내내 박수와 환호성으로 무대와 호흡하는 풍경이 펼쳐졌으며 1시간 공연이 끝난 뒤, 1분여동안 커튼콜이 펼쳐질 정도. 한참 후에야 무대에 다시 등장한 이들을 대표해 손병휘씨는 "앙코르곡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앙코르곡도 많이 준비하도록 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공연장을 찾은 <녹두꽃>의 작곡가 조념(83)은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날 연주된 곡들은 오카리나 연주가로 유명한 한태주의 곡 <고구려벽화>를 비롯, 고구려 2대 유리왕이 지은 <황조가>, 을지문덕이 당나라 장수에게 보내 유명한 <오언시>, <되살아오는 고구려> 등 고구려 관련 노래들이 많았다.

고구려 노래와 함께 중요하게 다뤄진 노래가 '통일'. 고구려 땅이 분단된 땅 이북에 위치해 있고, 고구려에 대한 갈망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이어진다고 본 것. <에헤라 통일이여> <통일태풍> <우리나라> 등 '우리나라의 통일노래연곡'을 비롯, <통일이여 오라> <남누리 북누리> <만나야지요> 등이 콘서트를 장식했다. 노래패 '우리 나라'는 "남조선도 북조선도…남한도 북한도 아닌 우린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노래를 불러,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연에는 <이등병의 편지>를 작곡한 김현성을 비롯, 전통 연희단 꼭두쇠, 포크가수 손병휘, 노래패 우리나라, 밴드 프리다 등이 참가했다.

한편 창작과 실험 두번째 무대 '길을 가다'는 8일 7시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세번째 무대 '4강 무대'는 오는 15일 7시반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다. 두번째 무대에는 김상철(타악/색소폰), 정은주(피아노/키보드), 임준형(소금), 노은아(해금), 최명화(피리), 김문주(가야금), 조성우(기타), 권나영(바이올린), 세 번째 무대에는 신동일, 김준성, 고영신, 이용주 등 네 명의 작곡가가 참여한다. 문의 02-364-8031.

(오마이뉴스 / 김대홍 기자 200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