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盧, 직접 정상회담 제안하거나 특사 보내라"

이해찬 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의사표명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측고위 정보관계자가 최근 남측인사에게 말했다고 장성민 전의원이 8일 밝혔다. 장 전의원은 문제의 북측고위 관계자는 앞서 한국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던 북한측 실세라인이며, 이같은 소식을 7일 남측인사를 통해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노대통령 직접 정상회담 제안하거나 특사 보내라"
  
장 전의원에 따르면, 남측인사는 최근 중국에서 활동중에 있는 북측고위정보관계자를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측의 의중과 입장을 직접 타진하고 확인한 결과, 북측 관계자가 "현재 남한에서 제기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북측도 언론을 통해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금년엔 아무래도 희박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측인사는 또 "현재로선 북측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남측에서 자꾸 (정상회담을) 하자 하자 하면서 제의를 재촉해 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북측이 특별한 관심과 반응을 아직 남측에 보내지 않았으며, 정상회담에 대한 정확한 답변도 아직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북측은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과 제안을 남측정부의 이러저러한 인사들보다는 노대통령 자신이 직접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거나 아니면 노대통령이 담보한 특사를 파견해 공식 요청해 올 경우, 그때 가서 이 문제(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측 입장)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북측입장은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한 노대통령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표면화되기 이전에는 남측 정부의 어떤 인사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해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현재 미 대선결과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그동안 노무현정부에서 주도해 온 탈북자 입국문제와 보안법 개폐문제 그리고 김일성주석 10주년 조문단 방북좌절 등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장 전의원은 8일 중국으로 떠나기 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북측 반응과 관련, "북한은 노무현 정부와 자주적인 남북교류관계를 맺길 원해 왔으나, 노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적인 대북정책을 펼치면서 핵문제와 남북한 교류협력문제를 각각 병행시키는 병행전략을 사용치 않고 상호 연계시키는 정책을 수행해 온 바람에 그동안 사실상 적극적인 남북협력관계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핵문제와 남북교류협력문제를 직접 연계시켜 핵문제 해결 없이는 어떤 정상회담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보다는, 북핵 문제와 남북교류협력문제를 병행해 추진해 나가는 병행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북한간의 정상회담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려면 북한의 체제를 흔들어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남측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북한과 새로운 신뢰를 수립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 이지윤 기자 2004-10-8)

美 한반도 전문가 "북한 현 체제 지속 어렵다"

북한은 개별 정권으로, 자치국가로, 독자적 정치-경제 체제로, 주권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한반도 전문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연구소 홈페이지에 발표한 '북한의 영속성'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현 체제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1991년 구 소련 붕괴 후 북한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며 북한이 미래에도 정권과 국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들에 대해 고찰했다.

그는 북한이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 취할 가능성이 있는 개혁과 개방의 특징으로 '경제적 개방'과 '군사력 포기', '남북관계 정상화'를 꼽았다.

그러나 그는 이 세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가능성을 분석 했으나 3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채택됐는지 알 수 있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경제적 개방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적 개방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징후가 포착될 것이다.

그럴 경우 구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는 조치와 함께 선전 및 지도기관을 통한 경제문제에 대한 새로운 담화가 있을 수 있고 공식적으로 이윤을 위한 거래행위를 허용하는 지침도 나올 것이다.

또 국제적 '채무불이행' 상태 해결 시도와 경제투명성 제고 조치, 해외 투자유치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 등도 경제 개방의 징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구 경제체제 이탈 움직임이나 거래행위 허용 등이 관측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런 징후 어느 것도 뚜렷하지 않으며 지속적 이지도 않은 상황이다.

▲ 군사력 포기

군사력 포기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의 중요한 측면을 부각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폐기가 북한 지도부의 국제적 군사력 행사 포기와 군사부문에서 민간 부분으로 자원 재배분을 통한 경제활동 활성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일 때만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자발적으로 군사력 포기한 적이 단 한차례도 없으며 군사력 포기는 그들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강성대국' 및 '선군정치' 정책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WMD 개발 방침 고수는 선군정치를 굳건히 유지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은 군대를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경제개방을 할 수 없고 한반도에 남한이 공존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군사력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남한의 합법성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 입장 변화 여부는 북한 개혁. 개방의 징표라고 할 수 있으며 북한이 그런 변화를 보인다면 징후는 직접적이고 확 실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 경우 관영 매체들은 북한이 남한의 존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과 남한의 자체 외교권 인정, 미국과 군사동맹 존중 등을 천명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까지 그런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징후들을 살펴볼 때 북한이 개혁과 개방의 길에 들어섰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자주 논의되고 있는 경제 생존 전략도 아직은 북한 지도부가 선택한 방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에버스타트는 북한이 현 체제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지만 자신의 평가는 이미 부정적으로 나왔다며 경제붕괴 망령은 지금도 북한에 떠돌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자신의 말처럼 '대담한 전환'을 하기 전에는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이주영 기자 200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