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내 고구려유적부터 챙겨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달리 정부의 관심 및 유적관리는 매우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열린 문화재청 국감에서 이재오(한나라당) 의원은 “남한 내 고구려 유적은 57곳이나 올 예산지원은 단 7건에 불과하다. ”며 “각 문화권 유적정비사업에서도 고구려는 6건,156억원으로 백제(26건,1176억원), 신라(14건,1889억원)와 비교해 크게 뒤진다. ”고 지적했다. 강혜숙(열린우리당) 의원은 “국가 사적으로 가치 평가를 받는 임진강변의 호로고루성은 훼손이 심각함에도 복원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며 “남한 내 고구려사를 지켜나가기 위한 과감한 예산투자와 함께 문화재로 가지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노웅래(열린우리당) 의원은 “중국의 고구려·발해 유적은 553건으로 추산되는데 문화재청은 2000년까지 조사를 통해 102건으로 보고하는 등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남한 내 고구려유적은 57곳으로 이중 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 7건, 시·도지정 13건에 불과하다. 문화재청은 ‘남한 내 고구려 유적 보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 박승기 기자 2004-10-7)

문화재 관리 `총체적 구멍`

북관대첩비 日야스쿠니신사에 방치

중국과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 외교적 마찰로까지 비화됐음에도 정부의 문화유산 관리는 엉망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들은 문화유산 훼손현장을 직접 답사한 결과물까지 제시하며 “ 정부의 문화유산 관리가 총체적 부실에 빠져있다”고 질타했다.

◈ 해외에 방치되는 문화유산〓우선 임진왜란 당시 정문부 등 함경도 의병이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군대를 격파한 것을 기념해 만든 북관대첩비가 남북한의 공조 미비로 100년째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외교부나 문화관광부는 이들 문화재 반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979년 정부가 북관대첩비의 반환을 일본에 요청해 일본 정부가 ‘비의 원 소재지가 북한인 만큼, 남북한간 조율이 이뤄지면 반환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아직까지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남북 문화재청장 회담을 열어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는 러일전 쟁당시인 지난 1905년 자국 정규군이 한국 의병에 대패한 사실을 기록한 이 비석을 강탈해갔으며, 현재 이 비석은 갓 모양의 큰 돌 밑에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심재철,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현재 세계 20개국에 총 7만4177점의 우리 문화 유산이 유출돼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조속한 반환노력을 촉구했다. 해외유출 문화유산은 일본에 3만4152점(46%)이 소장돼 있고, 미국(1만6886점)과 영국(6610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고려 공양왕릉 훼손된 채 잡풀만 무성

◈ 사격장에 방치된 왕릉〓국내에 있는 문화유산도 훼손된 채 방치돼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주한미군의 스토리사격장(경기 파주) 내에는 구석기 유적과 백제·고구려 성지, 고려 및 조선시대 고분 등이 산재해 있는데도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특히 “인근 다그마노스 훈련장에는 고구려가 임진강~한강 유역까지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보성(산성보다 작은 군사시설)인 호로고루성이 붕괴된 채 방치돼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광철 의원도 “39개 고려왕릉 중 남한에 있는 6개 왕릉 보존에 정부는 최근 3년간 10억원만을 썼고, 그나마 고릉(경 기 고양)과 공양왕릉(강원 삼척)에는 한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면서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은 흙무덤이 무너지고 잡풀이 무성한 채로 방치돼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지난 1996년 이후 최근까지 198건의 문화재 도난사건이 발생해 7548점이 도난됐으나, 이중 회수된 것은 42건 662점(회수율 8.7%)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문화일보 / 오남석 기자 2004-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