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뿐 아니라 측우기도 우리 것"

세종대왕 측우기네트워크 구축 세계에 알려야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책자 등을 통하여 측우기가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것이 이 분야의 외국의 사람들에게 정설로 굳어져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고구려의 역사에 이어 우리의 훌륭한 유산인 측우기도 잊어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분개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훌륭한 유산을 얼마나 소중히 간직하고 자랑을 해왔는지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측우기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때 사지선다형이나 단답식의 문제를 풀 때 이후에는 별로 들은 적이 없다. 그것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측우기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겨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강남에 있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회관 앞에는 측우기를 발명한 장영실상이 세워져 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자들 중 측우기의 역사적 의의나 중요성을 학생들이나 일반인에게 자랑하거나 위대해 보이도록 강조한 예는 별로 많지 않다. 본인이 소중히 지키지 않은 것을 남이 빼앗는다고 할 때 나서서 지켜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이것부터 반성한 다음 중국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야 한다.

측우기란 측우대라는 화강암으로 만든 단의 위에 얕은 구멍을 파고 직경 15cm, 길이가 30cm 정도 되는 놋쇠로 만든 원통을 올려놓은 것이다. 비가 오면 원통 속에 고인 물의 깊이를 재어 강우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거기에 써 있는 글자 몇 자를 가지고 누가 자기 것이라고 우기더라도 외국의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가 보다 할 것이다. 우리는 측우기의 발명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면 어느 누구도 측우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것이다.

중국이 측우기에 대한 역사를 왜곡한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도록 하면서 측우기의 역사를 우리 것으로 지키는 방법을 제안한다. 우리의 측우기의 발명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1442년 세종대왕의 측우기 발명 이후 500 여년동안 전국의 강우를 측정하였고 그 중 100년 이상의 기록이 왕조실록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즉, 전국적인 측우기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던 것이다. 지방관서의 수장인 원님의 앞뜰에 측우기를 놓는 위치를 정해 놓고, 비가 오면 원님 자신이 직접 강우량을 재어 조정에 보고하도록 제도화하였던 것이다.

통신수단이 없던 그 당시에 홍수를 방지하기 위하여 하류에 홍수가 전파되는 것을 알려주고, 가뭄에 미리 대비하도록 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고 후손들을 위하여 그 통계수치를 기록해서 보관하여 놓은 것이다. 이러한 자료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지구전체의 강수량의 시간적 변화을 비교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아니 자랑할 만한 위대한 업적이 아닌가? 이러한 습관이나 마인드가 전국적으로 전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마인드가 비교적 최근까지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으로 지켜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최근에 발달된 우리나라의 막강한 IT 강국의 실력을 가지고 이 네트워크를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 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서울대학교의 빗물연구센터에는 전 세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빗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측우기라는 이름을 붙여 만들어져 있다(http://rainwater.snu.ac.kr/cuk). 이것을 활성화하고 우리조상들이 과거에 해 왔던 측우기 네트워크와 연계를 시키면서 마음껏 뽐내보자. 그러면 전 세계의 어린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굳이 측우기의 발명국가에 대해서 신경을 쓸 필요없이 이 방면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를 인정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도 조상들의 과학적 마인드에 대하여 자긍심을 가지면서 자랑스러운 유산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그 학생들이 어른이 되는 10~20년 후에는 진실은 그대로 굳어질 것이다.

일반시민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이 측우기네트워크를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 시키는데 동참하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빗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나 경험, 사진, 노래, 문화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또는 이 네트워크를 외국의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동참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그 나라의 비에 관한 이야기, 습관, 노래 등을 올려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재미있고 부담 없이 빗물이 인류의 문화와 생활에 미치는 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장을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측우기라는 이름과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소개될 것이고 측우기가 우리나라의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진다.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의 빗물자료관에는 측우기를 가장 중앙에 모셔놓고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 마인드를 자랑하고 있다. 2004년 3월 제주에서 열린 지구환경장관회의에서도 빗물모으기에 관한 부스를 설치하여 측우기를 전시하면서 빗물관리의 선진국은 바로 한국이라고 홍보하였다. 또한 국제기구인 UNEP (유엔 환경계획)나 IWA (국제물학회)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것을 홍보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빗물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기 위하여 설립된 IWA의 태스크 포스(Task Force) 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이야말로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우리의 유산과 역사를 지키는 것이다. 뜻있는 국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서쪽을 치기 위해서 동쪽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작전을 써 보자는 것이다.

<한무영 교수 /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업고리아 2004-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