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우기가 중국의 발명품 ?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 과학사의 위대한 발명품인 측우기를 자신들이 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방관하는 사이에 이같은 주장이 이미 전세계 학계에는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진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중국에서 출판된 '중국의 기상학사'라는 책입니다.

표지에 우리나라의 측우기 그림이 들어가 있고 책의 본문에는 측우기 사진 밑에 청나라 건륭 시기의 우량기라는 설명까지 붙어 있습니다.

6명의 대표적인 중국 과학사학자가 함께 쓴 '중국 과학기술사고'에도 우리가 보존중인 측우기가 청나라에서 제작된 것이며 이를 조선에 보내 준 것이라는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이미 중국 내에서는 정설로 굳어졌고 서양의 다른 학자들도 대부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래, 외대 사학과 교수]

"이미 중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 과학사학자들도 측우기가 중국에서 발명된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측우기를 자신들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측우기를 놓는 판인 측우대의 뒷면에 쓰인 건륭이라는 연호 때문입니다.

건륭은 청나라 초기의 황제인 고종의 연호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학자들이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의 연호를 그대로 사용해 왔음을 알지 못해 이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측우기란 단어는 우리 사료에만 등장하기 때문에 측우기는 우리의 발명품이 분명하다고 못박았습니다.

[인터뷰: 전영신, 기상청 연구원]

"측우기란 단어는 중국 역사책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 역사책에만 측우기란 명칭이 나오고 또 그 것을 이용한 관측 자료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측우기를 되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증거를 전세계 학계에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측우기 뿐 아니라 다른 과학 유산도 중국제로 둔갑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YTN 김진두입니다.

(YTN 200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