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칭기즈칸 무덤 단서찾았다

몽골 울란바토르 동쪽 250km 지점서 `靈廟`발견

‘역사학계의 미스터리’로 불리는 칭기즈칸의 숨겨진 무덤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파악됐다. 그의 제사를 지내던 사당인 영묘( 靈廟)가 몽골 동부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5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에 따르면 몽골·일본 합동조사단은 최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동쪽 250㎞ 지점의 ‘아우라가 ’ 유적 발굴중 다량의 동물 뼈와 재가 묻힌 흙구덩이 수 백곳을 발견하고 이곳을 칭기즈칸의 영묘라고 결론지었다. 특히 중국사서 ‘원사(元史)’는 “영묘에서 황제의 능까지 5리(약 3㎞)”라고 기록하고 있어 조사단은 적어도 반경 12㎞ 내에 칭기즈칸의 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과 그의 후계자 16명의 황제가 묻힌 능은 도굴을 염려해 매장 장소를 비밀에 부친데다 지상에 건축물을 남기지 않는 몽골 관습 때문에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세계사의 최대 수수께기로 꼽혀왔다. 조사단은 그러나 영웅의 묘를 발굴하는데 반감을 표시하는 몽골 국민감정을 고려, 더이상의 탐색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지난 2001년부터 아우라가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해 이곳을 징기스칸과 그의 아들 오고타이 칸이 거주했던 ‘대(大)오르도’(궁전)터로 단정했다. 올 여름 탐사에서는 13~15세기 제사를 지내던 흔적과 뿔이 없는 말 머리,목 뼈와 높은 신분의 인물 제사에 사용되던 고급자기 등이 대량 출토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동물 뼈는 궁전의 기단 주변에 지름 1.5m, 깊이 1m의 구덩이 4 군데서 발견됐으며 레이다 탐색결과 주변에 유사한 수 백군데의 구덩이가 추가 확인됐다.

조사단은 사서에 몽골 황제가 죽은 뒤 말, 양, 비단 등을 구덩이에 넣고 태우는 ‘소반(燒飯)’이란 제사를 3년간 매일 영묘에서 거행했다고 기록돼있고 이번에 발견된 구덩이에서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 말 뼈가 다수 포함된 점을 보아 영묘임에 틀림없다고 결론내렸다. 조사단 관계자는 “정말 꿈과 같은 흥미깊은 발굴결과”라며 “거대제국 몽골 군사문화의 비밀과 당시 동서교류의 흔적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 칭기즈칸(1162?~1227)〓초원에 흩어져 살던 몽골의 유목민족들을 통합해 1206년 쿠릴타이(부족회의)를 거쳐 칸(최고황제)에 오른 몽골 제국의 건설자. 강한 기마병을 앞세워 유럽과 아시아 일대를 주름잡는 사상 전무후무의 대제국을 건설했다.

(문화일보 / 노성열 기자 200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