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한국사

아틀라스 한국사 / 아틀라스 한국사 편찬위원회 지음 / 사계절, 227쪽, 2만3800원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역사부도는 학년 초 교과서와 함께 구입했다가 곧장 구석진 곳에 들어가는 책으로 인식돼 있다. 지도와 도표에 대한 설명도 없거니와 크기도 작아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거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하는 책이 출판됐다. 『아틀라스 한국사』는 역사신문,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등을 통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역사 읽기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사계절출판사의 또 다른 야심작이다. 지도 183컷, 사진자료 93컷, 다이어그램 46개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고대로부터 현대사회에 이르는 우리의 역사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집필자는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진.

역사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는 종적 요소인 시간과 횡적 요소인 공간이지만 기존의 역사 이해에서 공간 개념은 흐릿해졌다. 역사를 연대순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묘청의 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갑신정변 등의 연대는 알아도 이 사건들이 일어난 역사적 공간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답답함을 시원히 해결해 주는 책이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 이 책 35~36쪽의 고구려 영토확장이란 항목에서 고구려가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임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고려가 오늘날 ‘코리아’라는 국호로 굳어지게 한 연원이 될 만큼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음은 시원하게 뻗어나간 고려의 해상활동이 표시된 79쪽의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옛날 한양의 모습을 살펴보려면 101쪽의 서울 지도를 펼쳐 놓고 조선시대 궁궐과 관아의 배치를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지도에서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인 청계천의 모습과 그 지류들의 흐름을 찾는 것은 덤으로 얻게 되는 수확이다. 기존의 역사서에서 별로 언급하지 않았던 현대사 부분을 지도화한 것도 의미 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전개과정이나 현재 휴전선 양측의 남북 대치상황도 등은 참신한 기획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간혹 발견된다. 조선시대의 교육과 과거제도 항목(106~107쪽)에서는 과거제도와 향교의 분포를 지도로 표기했지만 이 부분에서 핵심적으로 강조돼야 할 사항은 과거제도에 지역별 쿼터제를 활용한 점이다. 조선시대 과거제도가 지닌 이러한 선진적인 요소를 도표화하고 현재의 입시제도와 비교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107쪽에 과거시험을 그린 장면도 조선 후기에 그려진 것으로 시대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 실학 항목(134~135쪽)에서는 ‘주요 유배지 및 실학 활동지’라는 소제목을 달아 실학은 유배지에서 탄생한 학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이 부분에 활용된 동아시아정세는 19세기 중반의 지도로서 조선 후기 실학이 풍미한 18세기 후반과는 1세기 정도의 간극이 있다. 125쪽의 붕당의 정치 계보도에서는 각 정파의 핵심적인 영수 이름이 잘못 들어간 경우(노론 김석주 등)가 몇 건 눈에 띄며, 138쪽의 영의정 표시는 삼정승으로 해야 옳을 것이다. 이외에 간혹 다이어그램이 쉽게 이해할 수 없도록 제시된 것(133쪽 등)도 아쉬웠다. 청소년과 대중을 위한 역사교과서의 지침서로 자리를 잡으려면 보다 세밀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오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출간될 역사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선 깔끔하게 정리된 지도 및 도판과 그것을 보다 품격 있게 만드는 매끈한 종이와 세련된 컬러는 우선 책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도판과 지도에 기록된 선명한 정보 또한 형식적으로 지도나 그림을 적당한 위치에 배열하는 수준을 확실히 뛰어넘고 있다. 특히 시각적인 자료들은 영상물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요즈음의 청소년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많은 제작비를 들여 완성도를 높이는 블록버스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역사책의 블록버스터화’ 또한 우리 역사를 보다 생동감 있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서를 『한국생활사박물관』이나 『아틀라스 한국사』에서 찾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닌 듯싶다.

<신병주 /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중앙일보 200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