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올림픽' ICOM 서울 총회 2일 개막

유네스코 협력 자문기구인 세계박물관협의회(IC OM) 2004 서울대회가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Museums and Intangible Heritage)을 주제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다.

대회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김병모.이건무.김종규)는 '세계 박물관의 올림픽'이라고 일컫는 이번 대회에 1일 현재, 102개국 1천265명이 참가등록을 했으며, 이밖에도 960명의 박물관 유관 분야 종사자들이 참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서울대회는 2일 본회의 일정을 시작하지만, 공식 개회식은 3일 오전 9시에 있다. 개회식에는 자크 페로 ICOM 회장과 명예대회장인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차크리 시린턴 태국 공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시드-아메드 바그리 유네스코 알제리 종 신대표, 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장, 미쓰조노 마키오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장, 임돈희 동국대 교수, R. 커린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민속생활센터장이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4-6일에는 대회 대주제인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 등에 초점을 맞춘 학술 회의인 '공동주제회의'(concurrent session)와 ICOM 산하 29개 국제위원회(Internat ional Committee) 분과별 회의가 열린다.

학술회의와 함께 ICOM 세계대회를 이루는 또 다른 축인 회의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 30-1일에 윤리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각각 '사전 회의'로서 개최됐으며, 대회 마지막날인 8일에는 ICOM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무엇이 논의되나

ICOM 대회는 크게 전체회의(General Conference)와 총회(General Assembly)로 짜여진다. 전체회의가 만남과 토론의 장이라면, 총회는 회장 선출 등을 결정하는 의결 행위이자 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대회에서는 대주제인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Museums and Intangibl e Heritage)을 필두로 '문화유산의 보호'와 '디지털과 미래박물관'의 3개 주제와 관련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ICOM 대회 주제 선정에는 개최 당사국의 입김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번 서울대회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유형문화유산만을 상정하는 경우가 보통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범위가 무형문화유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일반에는 '인간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우리의 무형문화재 제도는 1993 년 제142차 유네스코 집행위원회가 주목해 각 회원국에 대해 이런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으며 97년 유네스코 제29차 총회는 '인류구전문화걸작 선정 제도' 창설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의해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에 이어 2003년에는 판소리를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등재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이번 서울대회에서는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보존 및 전승 방안에 대한 더욱 광범위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풍성한 부대 행사

대회기간 중 대회장인 컨벤션센터에는 국내외 25개 기관 및 업체가 설치한 70개 부스가 운영된다. 이 중 문화재청이 마련한 20개 부스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및 전승자 108명이 제작한 전통공예품 288점이 전시되고, 자수장 한상수. 화혜 장 황상수. 침선장 구혜자. 매듭장 박선경. 화각장 이재만. 갓일 정춘모. 각자장 오옥진. 악기장 이영수. 조각장 김철주. 궁시장 유영기. 나전장 송방용. 장도장 박용기씨를 비롯 한 중요무형문화재들의 제작 시연 외에 강령탈춤과 승무, 판소리, 진도북춤 공연이 곁들여진다.

일본 무형문화재인 '하치오지 구루마닝교(八王子車人形)'와 대만 원주민인 아미 족(阿美族)의 전통음악도 공연된다. .

이미 개막된 주요 전시회로는 △고구려전(국립중앙박물관) △나무와 종이전(국 립민속박물관) △종묘대제 문물전(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 △그리운 금강산전(덕수 궁미술관) △자수특별전(경기도박물관) △전통가구전(한양대박물관) △화가와 여행 전(서울대박물관) 등이 있다.

이밖에 대회조직위원회는 참가자들을 위해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비롯해 경주 불국사, 공주 무령왕릉, 판문점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ICOM이란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국제박물관협의회)의 약자다. 1946년 미국 박물관협회 회원인 촌시 햄린이 유네스코 자문 및 협력기구로 조직한 것이 바로 ICOM이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창립 총회는 1950년 파리에서 '문서기록, 보존과 교류'를 주제로 개최됐다. 2회 대회는 2년 뒤인 1952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는데 이때 3년 단위로 총회 개최 전통이 확립된다.

박물관은 그 탄생지가 유럽인데다, 제국주의 수탈에 힘입은 주요 박물관들이 서 유럽과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ICOM은 실질적으로 이들이 주도한다.

1977년 제11회 모스크바 대회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ICOM 총회 장소가 유럽 혹은 미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다가 1980년 제12회 멕시코시티 대회 이후 유럽과 비유럽 도시를 오가며 총회가 개최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서울이 처음이다.

ICOM은 현재 160개국의 약 2만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으며, 산하에 각 국가 위원회(109개), 지역기구(7개), 국제위원회(29개) 및 자매기관(13개)을 두고 있다.

이 기구는 북한 및 중국 소재 고구려문화유산을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국내 언론에도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유네스 코가 현지조사를 의뢰하는 기구가 ICOM인데, 여기에서 제출된 보고서는 등재 여부를 사실상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 2004-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