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우리 역사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나라 고교생 3명 중 1명은 ‘한민족의 첫 국가’로 고구려를 꼽고, 4명 중 1명은 ‘한국이 사용한 문자는 한자(漢字)’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고교생들의 역사인식은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이 전국 고교생 1,052명과 재일교포 고교생 220명을 상대로 실시, 1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교생 중 311명(29.6%)이 ‘고구려가 한민족의 첫 국가’라고 응답했다. 251명(23.9%)은 ‘한국의 종교는 불교이고, 사용 문자는 한자’라고 답변했다. 한민족의 첫 단일국가는 고조선이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한자와 한글을 병용해온 ‘사실(史實)’과 거리가 먼 인식이다.

고구려·발해사에 대한 이해도도 극히 낮았다. 응답자 173명(16.4%)은 9세기에 대대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해동성국’으로 불린 발해를 ‘당나라의 속국’이라고 답했다. 15.1%(159명)는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확실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동반도를 지배한 고구려의 영토를 정확히 아는 고교생은 44.8%(471명)에 머물렀다. 대신 ‘두만강·압록강’선 등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258명(24.5%)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재일교포 고등학생들의 한국사 인식의 일면도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교포 고교생 중 46명(20.9%)은 ‘종군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고, 30.5%(67명)는 동해의 영어 표기가 ‘Sea of Japan’이라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는 국사교육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우리 고교생의 경우 64%(673명)가 ‘학교수업’에서 역사관련 정보를 얻고 있으나 수업시간은 570명(54.2%)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유의원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사 교육의 현주소는 극히 열악했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 / 김광호 기자 200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