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駐韓·駐中대사 역임 '아시아통' 제임스 릴리

"中 한반도정책 목표는 北정권 유지와 한국의 親중국화"

주한·주중 미국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릴리(Lilley·76)씨는 최근 중국의 동북아 공정(工程) 추진과 관련, “만주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확실히 해놓겠다는 의도며 이는 통일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한반도 정책 최우선 순위는 북한 정권 유지요, 두 번째는 한국을 친미(親美)가 아닌 친중(親中)쪽으로 통일시키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릴리는 지난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중국의 대한(對韓) 영향력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과의 우호협력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은 중국을 항상 조심하고 연구하고 주시하라”고 충고했다.

■ 한·미동맹보다 한·중관계가 중요하단 주장있는데…

"美·中사이서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외교 필요"

■ 북한 인권문제 해결 방법은

"對北 경제지원과 연계 납북자문제등 강경대응해야"

■ 중국 동북아공정 추진 의도는

"통일한국에 대비 만주지역 영유권 못박아두겠다는 뜻"

― 한국과 중국 관계가 급성장하면서 장차 한·미 관계보다 한·중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한·중 간에 무역과 문화, 유학 등에서 교류가 크게 늘어난 점이 미국의 대한(對韓) 이해관계를 해쳤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과 아주 다른 경제를 갖고 있다. 그들은 못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은 향후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중국의 거대한 영향력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이 할 일은?

“중국을 조심하고 연구하고 주시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읽고, 그들의 경제를 연구하고, 그 나라 정당의 역할을 공부해야 된다. 그들의 부패도, 자원도 연구해야 한다. 거대한 건물이 모든 것이 아니다.”

― 한국에 있어서 미국의 위치를 장차 중국이 대체할 수 있을까?

“내가 한국인이라면 미국과 중국 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무역, 투자, 교육분야의 교류도 더 활발하게 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지금도 그렇지만 장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과는 우호협력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 중국이 돌연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면서 ‘동북아 공정’을 추진하는 의도는?

“중국은 오래 전부터 이런 전략을 구사해왔다. ‘도편 외교(Shard diplomacy)’라고 한다. 남중국해의 한 섬에서 깨어진 고대 중국 도기의 사금파리 조각을 발견하고는 그 섬이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 그걸 기반으로 중국은 대만을 비롯한 남중국해 전부가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 고구려에 대해서도 만주의 절반이 과거 한국 영역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중국은 조선족들에 대한 한국, 특히 통일한국의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일정 부분 그런 점이 있을 것이다. 지금 그곳에는 2만~3만명의 탈북자들이 건너가 있다. 또 많은 선교사들과 탈북자 지원 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이 다시 만주로 건너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또 만일 북한이 붕괴하면 수많은 북한인들이 만주지역으로 건너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중국은 그 지역이 중국 영토임을 확실히 해놓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 한국은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것이 국경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므로 학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적인 역사논쟁이 필요하다.”

― 한국의 급속한 정치적·이념적 변화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변해왔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 일어난 경제적 변화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이고, 언제나 빠른 속도로 변해왔다.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 문제는 그런 변화가 너무 과격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금의 정치·경제적 변화는 한국이 현대 국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겪는 변화도 마찬가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 한·미 관계 변화는 어떻게 보나?

“한·미 관계에서는 어떤 ‘진화’가 있어 왔다. 사실 어떤 변화는 너무 늦은 것이다. 예컨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용산기지가 그렇다. 수도 한복판의 이 기지 이전문제는 이미 1986년에 검토됐는데 실제 착수되는 데 무려 16년 이상이 걸렸다.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느린 변화다.”

― 부시 대통령이 이달 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이라크에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한국을 동맹국 명단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미국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다. 그건 정말 사소한 점이며 아무 의미없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점은 일본과 중국이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연설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이다. 한국인들이 주목하고 분석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2000년 전당대회 연설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어떻게 언급했고, 그것이 이제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즉 중국을 더 총체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견해는?

“북한의 인권상황은 끔찍하다. 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책임은 한국에 있다. 미국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동안 500여명의 한국인들이 북한에 납치됐고 북한은 한 명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일본인은 12명인데도 일본으로 데려왔다. 바로 이것이 한국이 정정당당히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단 한 사람, 미군 탈영병조차 돌아오도록 했다. 이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그들이 한국을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한국이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은 경제적 지원을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인권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 만일 한국이 그렇게 할 의사가 없으면 한국은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김대중 정부도, 현 정부도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만일 한국이 납북자들을 돌려받으려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 이미 오래 전에 바꿨어야 했다. 한국도 북한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만, 어떤 문제에서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

― 중국은 북한에 왜 핵 포기 압력을 가하지 못하는가?

“복잡한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오래된 동맹국이자 지원국이다. 입술과 이만큼 가까운 관계다. 중국의 이해는 한반도를 일정 부분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떼어놓는 데 있다. 중국이 원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미국과 손잡은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 국경까지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분단이 더 낫다고 본다. 그들은 미국의 적국인 나라를 지원함으로써 미국과 맞설 수 있다고 믿는다. 쿠바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다.”

―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중국도 원하지 않는가?

“그렇더라도 중국의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 제일의 목표는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한국을 친(親)중국쪽으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지한다고 보나?

“중국은 그들이 경제개혁을 시작했을 때 얼마나 큰 저항에 부딪혔는지를 알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국가소유기업들, 핵심 당간부들, 핵심 군간부들은 완고하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은 그것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에도 개혁주의자들이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들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남한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아는 순간 그들은 제거될 것이다.”

(조선일보 / 허용범 특파원 2004-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