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북방민족이 16개나라 세워...이민족이 첫 中 지배

5호16국 시대

광개토왕(374~412 · 재위 391~412)이 고구려를 다스리던 때는 중국 역사에서 ‘5호16국시대’에 해당한다.

5호16국(五胡十六國)이란 5개의 북방민족이 중국 북부지역에 16개의 나라를 세웠다는 것으로 중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족(漢族)이 아닌 이민족이 중국을 지배했던 시기였다. 여기서 ‘오호’는 흉노(匈奴)·갈( ·흉노의 별종)·선비(鮮卑·투르크계의 일종)·저( )·강(羌·이상은 티베트계)으로 중국의 서쪽과 북쪽에 살고 있던 유목민족들이다.

304년 흉노의 추장인 유연(劉淵)이 산시(山西)지방에 전조(前趙)를 세우고, 저족인 이웅(李雄)이 쓰촨(四川)에서 성(成) 나라를 세우면서 5호16국 시대는 시작됐다. 전조는 진(晉)의 수도를 함락시켜 회제(懷帝)와 민제(愍帝)를 연달아 생포했고, 진은 양자강 이남으로 건너가 망명정권을 세웠다. 이후 중국 남쪽에는 동진(東晉)이 있고, 북쪽에는 많은 나라들이 잇달아 세워지고 공방을 벌이는 시기로 들어갔다. 5호16국시대는 선비족의 북위(北魏)가 439년 중국 북부지방을 통일하면서 ‘남북조시대’로 넘어갔다.

중국 북부지방의 이 같은 각축전은 고구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바로 붙어 있었던 선비족의 공격으로 고구려는 큰 곤욕을 치렀다.

조선일보 / 이선민 기자 2004-9-25)